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친구의 밥상

doggya 2010. 12. 26. 08:05

 

 

친구의 밥상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취직도 안 되고 거기다 빚까지 지

게 된 나는 달랑 가방 하나만 메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달리 갈

곳이 없었기에 무작정 중학교 친구가 자취하는 집을 찾아갔다. 그 친

구 역시 다른 친구들과 단칸방에서 북적거리며 살고 있던 터라, 나의

등장은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며칠 뒤부터 나는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쪽잠을 자면서 낮

에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고, 밤에는 광고지를 돌리는 일을 했다. 물론

빚진 돈을 갚기에는 턱없이 모자랐지만 나는 희망의 끈을 절대 놓지

않았다. 빚도 갚고 대학에도 가겠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일을 했

다. 그런데 추운 겨울에 감기를 앓으며 한 일의 대가를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

 '왜 내가 이렇게까지 살려고 발버둥치는 걸까?'

 나는 결국 며칠 동안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앓았

다. 죽음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친구는 이런 내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

며 안타까워했다.

 사흘 만에 나는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였는지 배가 몹시 고팠다. 간신히 일어나 부엌으로 갔는데 상

보가 덮인 밥상이 보였다. 그 구석에는 쪽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많이 힘들지? 아파도 힘들어도 열심히 살려는 네 모습 참 보기

좋았어.

이번 일은 나도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이 정도로 쓰러진다면 천하의 네가 아니잖아?

힘내라!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나야지.

맛있는 거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그날 나는 친구가 사랑으로 차려준 찬밥을 따뜻하게 먹었다.

 

 

출처 : 행복 쪼꼬렛(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주는 54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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