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에 한 번 내리는 파란 눈
아주 먼 옛날 일이다. 그러니까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던 시절로 거
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하늘나라에 서로 사랑하는 젊은 남녀가 있었다. 남자는 매일 그녀
를 업고 다니는 운명을 지녔다 하더라도 기쁘게 받아들일 만큼, 그녀
를 지극히 사랑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들의 신분이 각기 달랐다는 것이다. 하늘
나라에서는 신분이 다른 남녀의 만남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그
래서 둘은 항상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만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하는 여자의 생일이 돌아왔다. 하늘나라에는
아주 귀한 꽃이 있었는데, 그 꽃의 향기를 하루 동안 맡으면 영원히 젊
음과 아름다움을 간직하게 된다는 전설이 있었다. 그러나 그 꽃은 세
마리의 사자가 지키고 있어서 누구도 함부로 접근할 수 없었다.
남자는 여자의 생일에 그 꽃을 꼭 선물하고 싶었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가까스로 그 꽃을 꺾어 사랑하는 여자에게 선물했다.
하지만 사자의 발톱에 할퀸 상처 때문에 꽃을 꺾은 죄가 곧 탄로 나
고 말았다. 재판관은 귀한 꽃을 꺾은 죄, 신분이 다른 남녀가 사랑한
죄를 물어 두 연인을 갈라놓는 벌을 내렸다. 그렇게 해서 남자는 하늘
에, 여자는 지상에서 살게 되었다. 그리고 여자에게서 하늘나라의 모
든 기억을 지워 버렸다.
기억을 잃은 여자는 지상의 삶에 적응했지만, 하늘에 남은 남자는
하루하루가 너무도 큰 고통이었다. 자신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살
아가는 여자의 모습을 하늘에서 지켜보는 남자의 괴로움과 외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매일같이 슬픔 속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보던 남자는 어
느 날 여자의 모습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애끓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자신의 목숨을 끊기로 했다. 그
리고 다시 태어날 때는 지상에 내리는 비가 되리라 했다. 차가운 비가
되어 이 세상을 모두 덮을 때 어딘가에 있을 사랑하는 여자를 다시 찾
으리라 하는 것이 남자의 생각이었다. 그렇게라도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함이었던 것이다.
그런 마음을 하늘도 알았는지 그가 세상과 이별하는 날 하늘에서는
비가 내렸다. 그런데 그 비가 세상으로 내려갈 때는 때마침 추운 겨울
이었다. 그래서 그만 비가 얼어 눈이 되었다.
지상의 사람들은 하늘에서 조용히 떨어져 내리는 소담스러운 눈송
이를 보았다. 그런데 그 눈은 희한하게도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눈이
오면 신이 나 어쩔 줄 모르던 아이들조차 푸른 눈은 어쩐지 슬프게 느
껴졌다.
그 후로 천 년에 한 번 슬픔의 비가 푸른 눈이 되어 세상에 뿌려져
한 여자를 찾아 헤맨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한 여자를 목숨보
다 더 사랑했던 한 남자가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고 싶어 푸
른 눈이 되어 내린다는 것이다.
사랑은 흰 눈이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하얀 눈송이가 날리는 날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목숨보다 귀중한 사랑을 앓고 있
는 것이 분명하다.
출처 : 행복 쪼꼬렛(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주는 54가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