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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자장가

doggya 2011. 2. 8. 12:27

 

 

마지막 자장가

 

 

 

 1966년 6월 23일 오후 4시, 포클랜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

던 비행기 한 대가 때아닌 폭풍우를 만나 위험한 비행을 하고 있

었다.

 비행기는 무서운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마치 종이 연처럼 팔랑

거렸다. 그러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벼락까지 맞아 검은 연기

를 내뿜으며 밑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얼마 후, 비행기는 눈 덮

인 산 정상 부근에 장난감처럼 처박혔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많은 승객들이 추락할 때의 충격으로 목

숨을 잃었다.

 그런데 그 승객들 사이에서 가늘게 눈을 움직이는 여자가 있

었다. 그녀의 이름은 케롤라인으로, 이제 갓 석 달 된 어린 딸 로

라와 함께 포클랜드로 남편을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케롤라인은 등에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신음을 내뱉으며 슬며

시 눈을 떴다. 순간, 뇌리 속에 눈 덮인 산을 향해 곤두박질치던

비행기 안에서 엄청난 공포에 소리를 지르던 것이 떠올랐다. 그

리고 그녀는 그때까지도 꼭 껴안고 있던 딸 로라를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아기는 무슨 일이 일어난지도 모르는지 태연히 손가락

을 빨고 있었다.

 딸이 무사하다는 안도와 함께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더 이상

생존자는 없었다. 사람들 모두 심한 부상을 당해 죽어있었고, 비

행기 안은 피비린내로 가득했다.

 갑자기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배가 고픈지 계속 보채는 것이

었다. 케롤라인 역시 심한 갈증에 마실 물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물탱크는 이미 깨져버려서 마실 물이라곤 찾을 수가 없었다.

 케롤라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물이 없으면 안 돼. 아기한테 젖을 물리려면 물을 마셔야 돼.

몸에 물기가 없으면 젖이 안 나올 테니까······.아, 창 밖의 저 눈

이라도 먹을 수 있다면······.'

 그러나 케롤라인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기체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심하게 부서졌기 때문에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었

던 것이다.

 아기는 계속 보챘다. 케롤라인은 자신의 옷을 벗어 아기를 감싼

다음 꼬옥 껴안았다. 그리고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 아기한테 젖을

물려보았다. 그러나 생각했던 대로 역시 젖은 나오지 않았다.

 아기는 나오지 않는 젖을 물며 계속 울었다. 케롤라인은 죽음

에 대한 공포 속에서도 아기만을 응시하며 조용히 입을 움직였

다. 아기를 위한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눈 덮인 산

위에서 살을 에이는 듯한 바람을 가르며, 케롤라인의 나지막한

자장가가 울려 퍼졌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한 공군 비행사가 우연히 그곳을 지나다

가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을 발견했는데,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

고 그만 숨을 멈춰야만 했다.

 엄마 품에 안긴 아기는 쌔근쌔근 잠들어있었고, 그 어머니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고 잠들어있었다.

 

 

 죽음의 공포보다 강한 것은 사랑의 감정이다. 헤

엄을 못 치는 아버지가 물에 빠진 자식을 건지기 위

해서 물 속에 뛰어드는 것은 사랑의 감정이 시킨 것

이다. 사랑은 나 이외에 사람에 대한 행복을 위해서

발이 되는 것이다. 인생사는 수많은 모습이 있지만

그것을 해결할 길은 오직 사랑뿐이다. 사랑은 나 자

신을 위해서는 약하고 남을 위해서는 강하다.

-톨스토이

 

 

출처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물(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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