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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대를 빛나게 하는가

doggya 2011. 4. 9. 08:54

 

 

무엇이 그대를 빛나게 하는가? 

 

 

 

쿨리난Cullinan 다이아몬드는 세계에서 발견된 가장 큰 다이아몬

드이다. 3,106캐럿이니까 어른 남자들의 주먹보다도 더 크다고 한

다. 크기도 크기이지만, 푸른빛이 감도는 하얀색으로 흠집 하나 없

는 외양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쿨리난 다이아몬드는 한 면이 마치 큰 덩어리에서 두 쪽으로 나

누어진 듯이 수직으로 깎여 있어서, 똑같은 모양의 나머지 반쪽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한 덩어리였던 쿨리난 다이아

몬드는 결국 몇 조각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일부는 '남아공의 별'

이라는 다이아몬드가 되었고, 그리고 다른 여러 개의 작은 다이아

몬드로 다시 다듬어져 영국 왕실의 왕관에서 빛나고 있다.

 다아이몬드는 화산폭발로 인해 지구 표면에 생성되었고, 대부

분은 킴버라이트라고 불리는 돌의 수직 광맥에서 발견된다. 이런

광맥은 고대 화산활동에서 형성된 것으로서, 지구의 맨틀에 있는

탄소 입자가 엄청나게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인해 귀한 다이아몬

드로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화산의 뜨거운 불덩어리가 차갑고 아

름다운 보석을 만들어낸 셈이다.

 대부분의 다이아몬드는 30억 년 이상 된 것들이라고 보면 된다.

아주 최근에 만들어진 다이아몬드라 하더라도 7,00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니······ 시간이 돈이라는 진리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고 그 세월의 가치만으로도 보석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빛나는 것들은 어떤 사람에게는 용기를, 어떤 사람에게

는 희망을,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을 준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

는 우리들은 모두 보석 같은 존재이다.

 나는 사랑에 빠진 여인의 눈동자에서 가끔 세상에서 가장 빛나

는 다이아몬드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 다이아몬드의 시간은 영원

이다. 보석은 그리고 사랑은 일찍이 인도 시인 타고르가 자국의 타

지마할이라는 무덤을 보고 쓴 시처럼 '영원의 얼굴 위에 떨어진 눈

물 한 방울' 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한 사내가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바다를 한참 바라보

면 바다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에는 바다와 사람의 시선이 모두 무너져 내려 허전한 마음

이라면 그냥 바다로 걸어 들어가기도 한다. 딱히 죽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행동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이를

흔히들 '홀렸다'고 표현한다. 그 사내는 그렇게 홀리고 싶었다.

 사내는 거친 항구에서 며칠을 술에 절어 보내고 고향으로 돌아

가는 길이었다. 자신이 태어난 섬. 어린 시절에는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곳이었지만 이제 그는 다시 다가가고 있었다. 거듭되는 실

패로 현실에서 도피하던 그는, 이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그곳

에서 생을 끝내버릴 작정이었다.

 섬에 내린 그는 어릴 적 하얀 민들레가 피어 있던 자리를 찾아갔

다. 그러나 민들레보다 먼저 등대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등대를

청소하고 있던 등대지기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가볍게 인사를 했

다. 등대지기도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목례를 했다. 조그마한 섬에

서는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소중한 존재였다. 그만큼 사람이 귀하

기 때문이다.

 적적하던 사내는 등대지기와 소주라도 한잔 나누려고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하지만 등대지기는 점잖게 거절해 왔다.

 '외딴 섬에서 외롭게 살면서 잘난 척하기는······.'

 등대지기마저도 자신을 무시하나 싶은 마음에 사내는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시달리다 그는 며칠 후에 다시 등대지기를 만

나게 되었다. 등대가 서 있는 곳은 대부분 그 섬에서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작은 섬이라면 산책길에 등대

를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다. 등대는 섬의 가장 큰 나무이자, 이정

표이기도 하다.

 등대에서 서성거리는 그에게 이번에는 등대지기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는 등대지기와 몇 마디를 나누게 되었는데, 사내는 단번

에 그가 예사롭지 않은 사람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이가 꽤

들어보여 등대장인 줄 알았는데, 대장은 커녕 오히려 말단 직원이

라는 것이었다. 그는 고급 공무원 출신이었는데, 어느 날 구조조정

을 당해 직장에서 나오게 되었다. 그런 후 잘 모르는 분야의 사업

에 뛰어들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실패를 맛보아야만 했다. 그런 연

유로 다시 공무원 시험을 봐서 말단 공무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리고 이토록 지긋한 나이가 되어서 이렇게 먼 섬의 등대에 파견을

나와 식구들과 떨어져 살고 있었다.

 "식구들이 많이 보고 싶으시겠어요."

 "웬걸요. 이제는 견딜 만합니다. 허허."

 그러곤 다시 바다를 쳐다보았다. 언뜻 보면 무표정한 듯했지만,

거기에는 분명히 그리움이 묻어 있었다.

 사내는, 일전에 소주 한 잔을 하자고 제의했을 때 왜 거절하셨냐

고 웃으면서 등대지기에게 물었다. 그러자 등대지기는 자못 진지

한 얼굴로 대답했다.

 "등대지기는 말이죠. 너무 흥을 내면 안 됩니다."

 흥이 난 만큼 그 다음날은 큰 공허감에 시달려야 한다는 얘기였

다. 그러면서 등대지기는 평소의 자기 생각을 낮은 목소리로 천천

히 풀어놓았다.

 "현대인들의 모든 중독현상은 이 공허감을 견디지 못하는 데서

오는 마음의 병이라고 했습니다. 마약, 섹스, 컴퓨터, 알코올에 의

존하는 중독현상은 바로 마음에 생긴 암이라고 봅니다. 그중에서

도 마약은 최고조로 흥을 돋우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요. 저 같은 등대지기에게 있어 간만에 마시는 소주 한 잔

도 마약처럼 제 정신을 완전히 지배해버려요."

 그래서그는 너무 즐거운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일부러 노력한

다고 말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생활을 하면 마음이 흔들리고,

자주 그렇게 흔들리면 이 쓸쓸한 등대에서는 좀처럼 견딜 수 없다

는 고백이었다.

 "등대처럼 흔들림이 없어야 비로소 등대지기 생활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렇구나! 사내는 등대지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랜만에 자

신을 되돌아보았다.

 '나는 매일매일 흥에 겨운 생활을 찾아 헤맨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돈이나 명예는 누구보다 흥에 겨워 살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겨우 그런 것 때문에 내가 생을 포

기하려고 했다니······.'

 그날 밤 등대 불빛을 바라보면서 사내는 등대지기의 모습을 떠

올렸다. 모두가 잠든 밤에 어두운 바다에서 육지로 다가오는 한 척

의 배를 위해 그는 스스로 등대 불빛이 되어 빛나고 있을 것이다.

 그 불빛을 통해 사내는 자신을 괴롭히던 어둠의 모습을 보았다.

자신이 겪는 어둠은 저 깊은 바다에 비한다면 차라리 빛나는 별빛

이었다. 손에 든 소주병을 깊은 어둠 속으로 던져버린 그는, 다시

살고 싶었다. 한 번 더 자신에게 기회를 주기로, 욕심을 버리는 대

신 더 열심히 살아볼 것을 다짐했다.

 그날따라 등대 불빛이 더욱 환하게 빛났다. 등대의 불빛과 등대

지기의 눈빛이 동시에 자신을 비추고 있었다.

 

 

 

'길을 가다 저녁 종소리가 들리면 당신을 사랑하는 세 사람

을 기억하라.'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서양 속담이다. 저녁 종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석양이 질 때쯤 되면 오늘 고마웠던 사람을 기억해보자.

 

 

출처 : 착한 책(원재훈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