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날개만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아니야

doggya 2011. 4. 11. 07:06

 

 

날개만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아냐 

 

 

"날개만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아냐! 오직 날려고 노력할 때

만이 날 수 있는 거지."

 현대 라틴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루이스 세뿔베다Luis

scpulveda가 쓴 동화《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에 나

오는 글귀이다. 세뿔베다는 이 책을 통해서 어린이가 어떻게 자라

야 하는지, 아니 한 인간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이 버린 폐유가 바다 위에 떠 있고, 이에 오염된 어미 갈매

기는 겨우 부두까지 날아와 알을 낳는다. 그때 우연히 만난 고양이

소르바스에게 어미 갈매기는, 자신의 새끼가 태어나면 나는 법을

꼭 가르쳐줄 것을 부탁하고 죽는다.

 어미 갈매기가 죽기 직전, 고양이의 품에서 아기 갈매기는 마침

내 태어난다. 아기 갈매기는 자신을 품어준 고양이 소르바스에게

'엄마'라고 부르고, 이 꼬마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소르

바스는 모든 정성을 다 쏟는다. 하지만 고양이들 틈에서 자란 나머

지 아기 고양이처럼 되어버린 갈매기는 "나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

는 새야!"라며 좌절한다. 그 곁에서 소르바스는 '넌 반드시 날게

될 것'이라고 격려한다.

 

 

  무려 열일곱 번이나 비행에 실패하자, 고양이 소르바스는 한 시

인에게 찾아가서 하늘을 나는 법을 물어보게 된다. 그때 시인은 날

기 위해서는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갈매기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 성당의 종루에 올라간다. 비

바람이 몰아치는 종루에서 떨어지면 죽을 것 같아 두려움에 떨고

있는 갈매기에게 어미인 고양이는 말한다. 너는 틀림없이 날 수 있

다고, 앞으로 하늘을 날면서, 그렇게 살아가면서 많은 행복을 느낄

거라고 말이다.

 

 

 그 행복이란 다름 아닌 갈매기가 날면서 만나게 될 바다, 바람,

태양과 같은 것들일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비가 내린 다

음에 찾아온다고 했다. 네가 겪은 고통은 바로 그런 것이었고, 이

제는 날개를 쭉 펴라고 말한다. 어미의 사랑이 진정으로 아이에게

전달되고, 그때 고양이 엄마에게 아기 갈매기가 다가와 말한다.

 "엄마, 사랑해요. 정말 고마웠어요."

 그리고 갈매기는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펴고 높이 날아간다.

 간난아이가 걸음마를 배울 때도 수없이 넘어지고 나서이다. 그

렇다면 긴 인생을 걸어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가장 필요한

가르침은 무엇일까? 우리에겐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

양이의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시골 마을 분교에 서울에서 내려온 다혜라는 여자아이가 전

학을 와서 시골 아이들과 같이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

은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는데, 다혜는 부모의 경제 사정으로 인해

시골 할머니 댁으로 혼자 내려온 것이었다. 교실에는 초등학교 2학

년인 서울 아이 다혜, 그리고 경민이와 준혁이, 이렇게 세 아이가

공부를 하고 있다.

 다혜는 의젓하고 성숙했다. 그리고 뽐내기를 좋아했다. 가끔 애

어른처럼 굴어서 어른들을 당황하게 하곤 했는데, 가끔씩 선생님

이 잔소리를 하면 "선생님! 저는 이미 집에서 할머니로부터 실컷

잔소리를 듣고 있거든요. 그러니 선생님마저 잔소리 좀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천연덕스럽게 대꾸를 하곤 했다. 선생님은 그런 다혜

의 행동을 볼 때마다 '역시 서울에서 온 아이라 좀 그렇군. 여기서

천진한 녀석들과 어울리다 보면 아이다워지겠지.' 하고 이해하려

했다. 그만큼 다혜를 조심스럽게 다루려고 한 것이다.

 

 

 어느 날, 교실에서 다혜가 서럽게 울고 있었다. 이 알코란 같은

애가 어쩐 일일까, 깜짝 놀란 선생님은 교실 안으로 뛰어들어갔는

데, 곁에서 경민이도 같이 울먹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유는 다혜의 작은 손전등 때문이었다. 평소에 그 손전등을 부

러워하던 경민이가 잠시 빌려서 가지고 놀다가 그만 망가뜨려버린

것이었다. 손전등을 망가뜨린 경민이도, 다혜도 모두 엉엉 울고 있

자, 애들은 애들이다 싶어 선생님은 속으로 한참을 웃었다. 그러곤

손전등이 얼마냐고 물었다. 다혜는 울먹거리면서 500원이라고 대

답했고, 선생님은 주머니에 있던 500원을 책상에 올려놓았다.

 "이걸로 다시 사면 되지? 그러니까 울음 그쳐라."

 그러자 돈을 본 다혜는 금방 울음을 뚝 그치더니 곧바로 돈을 자

기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보고 선생은 '요 녀석 봐라'라는 생각이 들면서 은근

히 부아가 났다.

 '돈을 받았으면 고맙

 

 

습니다, 라고 한마디는 해야지 그냥 꿀꺽

받아 넣고 시치미를 뚝 떼?'

 선생은 아이의 버릇을 고쳐주어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침

그 다음 수업시간이 바른생활 시간이었다. 아이들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면서 선생은 다혜에게 이렇게 물었다.

 "어른이 돈이나 물건을 주면 뭐라고 하면서 받지?"

 "고맙습니다. 잘 쓰겠습니다. 하면서 받습니다."

 "그런데 다혜는 아까 어떻게 했지?"

 "음······."

 "그럼 다시 해보자. 아까 그 돈을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놓아라."

 다혜가 주머니에서 500원을 꺼내 다시 올려 놓았다. 그러자 선

생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그 돈을 자신의 호주머니에 도로 집

어넣는 것이었다. 다혜는 뭔가에 속은 듯 멍하니 선생님을 쳐다보

았다.

 시골 학교 교사로 있는 선배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이 이

야기를 들려주며 아이처럼 깔깔 웃는 그 선배를 보면서 참, 애나

어른이나 어쩌면 이렇게 한결같을까, 하는 생각에 나도 웃어버렸

다. 결국 그 선배는 수업을 마치고 다혜와 경민이를 데리고 문방구

에 같이 가서 손전등을 하나씩 사주었다고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라는 책 제목이 있다. 그런데

칭찬은 고래를 잠시 춤추게 하지만, 애정 어린 회초리는 아기 고래

에게 먼 바다까지 잘 헤엄쳐 가는 법을 가르쳐줄 거라고 믿는다.

부모의 사랑은 칭찬과 회초리 이 두 가지를 품고 있는 것이다.

 

출처 : 착한 책(원재훈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