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친구

doggya 2011. 4. 29. 09:58

친구

 

 

나는 다리가 아프다고, 책가방이 너무 무겁

다고 자주 투정을 부렸습니다.

 그럴 때면 항상 친구가 나에게 등을 보이며, "나한테 업혀"

라며 업어 주었습니다.

 친구는 꼬불꼬불한 길을 한참이나 걸어야 나타나는 우리

집까지 나를 매일 업어 주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는 언덕 위의 공터에서 벌어지는 동네 아이들

과의 야구시합을 보러 오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약속을 깜박 잊고 있다 조금 늦게 공터에 갔습니다.

친구는 나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드디어 친구가 공을 찰 차례가 되었습니다. '따악' 둔탁한

철소리가 들리더니 순간 주위가 조용해졌습니다.

 "아악~~~~~~"

 친구가 공을 향해 휘두른 방망이가 옆에 서 있던 내 눈에

맞았습니다. 다음날 학교에 갔을 때 친구들은 시퍼렇게 멍든

내 눈을 보고 놀려댔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친구와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 무거운 가방을 질질 끌며 계단을 내려오는데 친

구가 계단 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업혀."

 "싫어, 너랑 절교야."

 "내일부터······ 절교하고··· 오늘까지만··· 업혀. 너 다리 아프

잖아."

 나는 친구의 등에 업혀 편하게 집에 갈 수 있었고, 집에 도

착하자 친구에게 인사도 없이 신발을 벗어 던지고는 문을 닫

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다음날, 아직 오지 않은 친구의 비어 있는 자리를 보며 오

늘은 친구가 아무리 업히라고 해도 절대 업히지 않겠다고 마

음속으로 다짐을 했습니다.

 종이 울리고 담임선생님게서 들어오셨습니다. 선생님께선

픈 얼굴로 친구가 이름도 낯선 곳으로 전학을 갔다고 말씀

습니다. 반 친구들에게 인사를 못하고 떠나서 매우 미안

다며···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나는 오랜만에 모교를 찾아갔습니다.

놀이터와 운동장, 그리고 교실을 차례로 둘러보니 친구와 함

께 했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교문을 나서며 발걸음을 집으로 옮기는 순간 깨닫게 된 것

이 있었습니다. 친구의 집은 우리 집 반대편이었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친구의 고마움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출처 : 아들이 붙여 준 대일밴드(임미영 외 4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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