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의 글들/머나 먼 그대에게

가을 해바라기

doggya 2006. 9. 20. 02:09

 

 

 

 

가을 해바라기 / 조이랑

 

 

뒤 뜰 한구석에

다소곳이 서 있는

키 큰 해바라기 하나

가을의 문턱에 들어 서더니

이젠 해가 쨍쨍 나는 날에도

더는 고개를 들지 않네요.

 

여름내 바라보고 있어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 해님을 향한

감춰둔 서운한 마음 들킬까

눈물 젖은 얼굴 보일까

돌아서 고개 숙이고

담장 넘어 만 바라보고 있군요.

 

아마도

그렇게

지쳐가고 있는가 봐요.

 

 

 

 

해바라기가 된 클리티에

 

클리티에는 물의 님프였어요.

그녀는 아폴론을 사랑했었죠.

그러나 아폴론은 이 클리티에의 사랑을 받아 주려 하지 않았어요.

 

절망한 그녀는 머리칼을 어깨 위에 풀어 헤친 채

하루종일 차가운 땅에 앉아 있었지요.

며칠동안 그렇게 앉아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마시지도 않으며 파리해져 갔어요.

그녀 자신의 눈물과 찬 이슬이 유일한 음식이었답니다.

 

그녀는

해가 떠서 하루의 행로를 마치고

떨어질 때까지 줄곧 바라만 보고 있었어요.

다른 것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언제나 해가 있는 쪽으로만 얼굴을 돌리고 있었답니다.

 

그러다 마침내

그녀의 다리는 땅 속에 뿌리를 내리고

얼굴은 꽃이 되었대요

 

이 꽃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는 태양을 따라

얼굴을 움직여 늘 태양을 바라보고 있지요.

 

왜냐하면

그 꽃은 지금도 여전히

님프 시절의 아폴론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래서 해바라기는 지금도 변치 않는 마음의 표징으로 흔히 사용된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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