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저녁 / 조이랑
벽장에서 제일 작은 프라이팬을 골라 개스불 위에 올려놓고는 어제저녁에 내 던지듯 넣어 두었던 식당에서 싸 가지고 온 남은 음식을 부스럭부스럭 열어 쏟아 놓는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몸을 덥히는 국수와 그 위에 다소곳이 누운 얄팍하게 썬 닭고기 조각들 전혀 생명이 없어 보인다 이것들이 도대체 어떻게 내 몸에 영양가를 줄 것인가 의심스럽다
잡풀이 우거진 마당이 보이는 커다란 유리창 앞에 자리 잡고 탁자 위에 프라이팬을 털썩 올려놓은 채 젓가락으로 국숫발을 하나 둘 집어 올린다 한가닥 한가닥 입으로 들어가지만 마음에 점도 찍지 못한다
언젠가는 내 식탁에도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고 정담이 오고 갔던 적이 잇었는가 이젠 그림자조차도 없이 달그락 달그락 외로운 소리만이 공간을 채운다
* 그리운 그대와 함께 마주 앉아 먹는 저녁이었으면 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