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의 글들/수채화로 그린 그리움

혼자 먹는 저녁

doggya 2007. 5. 26. 13:43

 

     

       

       

       

      혼자 먹는 저녁 / 조이랑

       

      벽장에서 제일 작은 프라이팬을 골라

      개스불 위에 올려놓고는

      어제저녁에 내 던지듯 넣어 두었던

      식당에서 싸 가지고 온 남은 음식을

      부스럭부스럭 열어 쏟아 놓는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몸을 덥히는

      국수와 그 위에 다소곳이 누운

      얄팍하게 썬 닭고기 조각들

      전혀 생명이 없어 보인다

      이것들이 도대체 어떻게

      내 몸에 영양가를 줄 것인가 의심스럽다

       

      잡풀이 우거진 마당이 보이는

      커다란 유리창 앞에 자리 잡고

      탁자 위에 프라이팬을 털썩 올려놓은 채

      젓가락으로 국숫발을 하나 둘 집어 올린다

      한가닥 한가닥 입으로 들어가지만

      마음에 점도 찍지 못한다

       

      언젠가는 내 식탁에도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고

      정담이 오고 갔던 적이 잇었는가

      이젠 그림자조차도 없이

      달그락 달그락 외로운 소리만이

      공간을 채운다

       

       

      * 그리운 그대와 함께 마주 앉아 먹는 저녁이었으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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