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의 글들/수채화로 그린 그리움

나 늙으면 정말 당신과 살아 볼 수 있을까

doggya 2007. 6. 22. 00:08



      나 늙으면 정말 당신과 살아 볼 수 있을까 / 조이랑

       

       

      시냇물 흐르듯 흘렀어야 할 삶이

      마치 자갈 위를 굴러 가는 수레바퀴처럼

      이리저리 힘겹게 쓸리고 쏠리며 구르다

      어느 날 당신을 만났지

       

      난 그때

      마치 급류에 휩쓸려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 같았어

      굉장히 혼란스러웠거든, 하지만

      물방울이 흘러 흘러 바다의 품에 안기 듯

      당신의 가슴 깊숙한 곳에

      나를 묻어 버렸어

       

      그런 당신을 항상 곁에 두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때론

      아니 아주 자주

      늙어서 당신과 함께 사는 꿈을 꾸곤 해

       

      그때는

      아침잠 많은 내가

      눈 비비며 기쁜 마음으로

      당신의 팔짱을 끼고 새벽 산책도 따라 나서야겠지

      새벽이슬이 묻은 신발을 말리는 동안

      이가 안 좋은 당신의 입맛에 맞춰

      부드럽고 담백한 음식을 만드는 방법도 배워야 할 것 같아

      오후엔 당신만의 공간에서

      당신이 그림을 그리고 조각품을 만들 동안

      난 따뜻한 툇마루에 앉아서

      우리의 기나 긴 아픈 사연을 소설로 쓰고 싶어

       

      그땐 우리

      마당에 조그만 텃밭을 가꿔보자

      입맛이 없을 땐 상추와 쑥갓 뜯어 고추장에 쌈 싸 먹고

      조롱조롱 열린 콩을 넣고 맛있게 밥을 지어

      부추 빈대떡이라도 만들어 상에 올려 놓을까 봐

      오이도 무치고

      깻잎도 따고

      내가 좋아하는 호박전을 당신도 좋아할까

       

      저녁 후엔 지는 해를 바라보며

      꼭 같은 찻잔에 함께 차를 마시면서

      옆에 앉은 누렁이의 등을 쓰다듬어 줘 보면 어떨까

      그러다 어둠이 포근하게 우리를 감싸 줄 때 쯤엔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달과 별들을 바라보면서

      조용한 음악으로 방을 가득 채워 보자

      당신은 흘러내리는 돋보기를 밀어 올리며 책을 읽고

      난 다 잊었던 뜨개질을 다시 배워

      당신을 위해 따뜻한 목도리도 떠야 할까 봐

      당신의 겨울이 춥지 않게 말야

       

      우리 정말 그렇게 한 번 살아 볼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진짜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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