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행복님의 삶

비익연리(比瀷連理)

doggya 2010. 7. 8. 23:06

 

 

비익연리(比瀷連理)

 

 

 

   동생이 사랑을 시작했습니다. 거울을 보며 멋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주말이나 퇴근 후에 얼굴을 보는 경우

가 줄어들었습니다. 웃으며 집을 나가 웃으며 돌아옵니다.

사랑이 이렇게 행복한지 몰랐다며, 왜 이제껏 이 좋은 사랑

을 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된다고 말합니다. 나 역시 그 사랑

의 기운이 전염되었는지 한껏 기분이 좋았습니다.

동생의 연인을 소개받았습니다. 선한 인상에 다정해 보이는

사람이었지요. 그 역시 동생처럼 사랑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는 듯했습니다. 동생은 자신과 연인에게 축복의 의미로 선

물을 달라고 졸랐어요. 나는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이들에게

'비익연리(比瀷連理)' 라는 네 글자를 적어주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인가요?"

동생의 연인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비익은 눈과 날개가 하나씩 달려 있는 전설의 새예요. 그

모양을 상상해보세요. 참으로 외롭고 기괴하지 않겠어요?

그러나 사랑의 힘은 모든 장애를 이겨내지요. 비익 암컷과

수컷이 만나면 함께 힘을 합쳐 하늘을 날 수 있죠. 그때는 신

의 저주도, 육체적 불편함도 대단한 일이 아니에요. 둘이 함

께 있으니 두려울 것이 없지요. 그리고 날마다 꿈꾸기만 했

던 하늘을 날 수 있어요.

내가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까닭을 짐작한 듯, 동생과 연인

은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연리란 두 나무의 가지가 맞붙어 서로 통하는 것을 말하지

요. 분명히 다르게 태어난 나무의 가지가 맞붙어 한 나무가

돼요. 이런 현상은 좀처럼 보기 힘든데, 연인들이 연리지를

보게 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도 있다고 해요. 사랑하

게 되면 서서히 물들어 한 몸이 된다는 것이지요."

내가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하늘을 날 때는 비익처럼, 땅에서는 연리처럼 사랑하라.'

우리는 모자라고 부족한 존재입니다. 혼자서는 완성될 수없

는 게 사람이지요.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고 부자인 사람도

혼자서는 사랑할 수 없습니다. 비익처럼요. 우리가 만나 함

께 손을 맞잡아야 하늘을 날 수 있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습

니다.

애초에 우리는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부모 밑에서 태어

나 각자 학교를 다녔고 성인이 되었습니다. 의견이 어긋나고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며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면, 두 사람의 마음이 통해 한

사람이 됩니다. 연리처럼 말이지요.

동생은 그와 결혼을 했습니다. 그들의 침대머리에는 내가 적

어준 '비익연리' 라는 글귀가 붙어있습니다. 그들은 잠들기

전에 그 글을 읽으며 영원한 사랑을 다짐한다고 합니다.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고,

두 몸이 하나가 되어 살아가면

영원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당신이 있어서 참 고맙습니다(이삭 지음)

 

 

                           쇼팽의 즉흥환상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