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되지않으려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중에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이지
요. 글과 그림이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독특해서 나는
이 작가의 책을 즐겨 읽습니다.
얼마 전, 그가 쓴『돼지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보
는 얄팍한 그림책이었지요. 그런데 어찌나 충격적이었는지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피곳 씨네 집의 아침식사 시간입니다. 아주 중요한 회사에
가야 하는 아빠와, 아주 중요한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들은
모두 함께 '빨리 밥 줘'를 외쳐요. 엄마 역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식구들의 밥을 차려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엄마는 가
족들이 다 빠져나가고 나서야 자신이 일터로 나갑니다.
저녁에도 그 풍경은 다르지 않습니다. 아주 중요한 회사와
학교에서 돌아온 삼부자는 다시 한 번 입을 크게 벌리고 외
칩니다.
"빨리 밥 줘."
심지어 아빠는 '어이, 아줌마. 빨리 밥 줘' 라는 표현까지 서
슴지 않아요.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도록 그려진 엄마는 말 한마디 없습
니다. 아침시간에는 설거지와 침대 정리, 바닥 청소에 바쁘
고 일이 끝나 집으로 돌아오면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다림
질하느라 바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엄마가 사라져버립니다. 집 안은 점점
지저분해져 결국 돼지우리처럼 변하지요. 어느 순간부터인
가 아빠와 아아들도 돼지가 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먹을 것
만 찾아다니고 더러운 옷을 입은 돼지입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나는 차마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이런 일은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
지요.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어머니는 희생하는 사람'이
라고 생각합니다. 그 역시 이성과 감성이 있는 인간이며, 개
인적인 여유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집에 있다고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에 다니지 않는다고 하루종일 놀고
먹기만 하는 것은 아니지요. 우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누군가가 없다면 우리는 돼지와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깨
끗한 옷을 입을 수 없고 깔끔한 집에서 살 수 없습니다. 이
책에서 돼지는 이기적인 태도를 상징합니다. 자기 자신만 생
각하고 주변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는 욕심이 돼지를 만드는
것이죠.
다행히 이 책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입니다. 식구들이 변화하
기 때문이죠. 이제 더 이상 그들은 엄마에게 모든 일을 맡기
지 않습니다. 스스로 침대 정리를 하고 방을 청소하죠. 그
시간에 엄마는 차를 수리합니다. 그래서 모두들 행복한 평등
가정이 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집안일을 거의 돕지 않았습니다. 내 생활
도 바빴으며 집안일은 어머니 몫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
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얼마나 내가 편협한 생각을 했
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돼지가 되기 싫다면, 혼자 모든 짐을 떠맡고 있는 가족을 도
우세요.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습니다. 식탁에 숟가락과 젓
가락을 놓아주기만 해도 행복해할 것입니다. 사소한 변화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듭니다. 오직 인간만이 더 나은 방향, 모
두가 행복한 쪽으로 변화합니다. 돼지들은 아무도 그렇게 하
지 않지요.
길거리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노인을 도우면서,
집에서 혼자 힘겨워하는 당신을 돕지 못한
나를 용서하세요.
이제부터 내가 항상 곁에 있을게요.
내가 도와드릴게요.
출처 : 당신이 있어서 참 고맙습니다(이삭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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