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찾아오기 전에
말하고 싶은 것
옛날 영화 이야기입니다.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말합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
그러면 남자 주인공은 이렇게 대답하지요.
"동감이야."
여자가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서운해하면, 그는 사
랑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은근슬쩍 넘어가지요.
그후 남자는 사고를 당하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제야 그는
가슴 깊이 후회하지요. 살아 있을 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
한 것을.
그는 왜 사랑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까요?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엄마에게 자기 상태를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은 아이가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입니
다. 아이가 말을 하게 되면 아프다고, 배고프다고, 혹은 사
랑한다고 직접 얘기할 수 있지요. 우리는 말을 배운 지 아주
오래되었는데도 사랑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합니다. 마음
속에 있는 것이지. 굳이 말로 해야 하느냐고요.
영화가 끝나갈 즈음 남자는 갖은 노력 끝에 여자 앞에 나타
납니다. 물론 살아 있는 육체를 가진 사람은 아니었지요. 그
는 여자에게 단 한마디만 전하고 빛이 되어 흩어집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
한 사람을 사랑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를 떠올리면 차가운
얼음을 맨 손으로 만지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스산해집니다.
단 한 번도 내 눈을 보며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았거든요.
연애를 하는 동안 내내 나 혼자만 사랑에 빠졌다는 좌절감을
느끼게 했지요. 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 역시 영화 주인공처럼 대답했습니다. 내가 당신 곁에 있
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요. 사랑을 말로 해야 하는 것이냐고
말이에요.
마침내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사랑의 결핍은 재앙을 부르게
마련이니까요. 암컷 비둘기는 수컷 비둘기보다 빨리 죽는다
고 합니다. 암컷은 수컷에게 몹시 헌신적이라고 해요. 그런
데 그것이 독이 되어 스스로를 죽입니다. 사랑받고 싶은 욕
구를 채우지 못하니 스트레스를 받아 일찍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죠. 그렇게 우리의 사랑도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냉정한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꼭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나와 헤어진 다음날, 그 사람이 출근하려고 탄 지하철이 갑
자기 멈추었답니다. 무슨 일인가 했는데, 어떤 여자가 철로
로 뛰어들었다는 거예요. 큰 소동이 벌어졌고 한동안 그 사
람은 지하철 안에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내가 물었습니다. 내게 마지막
으로 할 말이 그것이냐고요. 어쩌면 코앞에 닥친 이별을 보면
서도 나는 끝까지 그에게 사랑을 구걸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자 그가 힘겹게 말을 이었어요.
"내가 당신을 많이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을 꼭 해주
고 싶었어요. 죽으면 다 소용이 없으니까요."
지금 사랑에 빠진 사람이든,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이든 내
일은 알 수 없습니다. 오늘 사랑한다고 말했던 이가 내일 차
갑게 돌아설지 모르고, 어제까지 나를 거부했던 사람이 내일
은 두 손을 내밀지 모르지요.
그러므로 오늘 말하세요.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말이 있다고. 살아 있는 날 동안 당신만 사랑하겠다고 말
이에요.
왜 말하지 못하나요?
우리는 이렇게 살아 있는데. 연인에게 마음껏 표현하세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내일은 늦어요.
내일도 해가 뜬다는 말을 믿지 마세요.
지금 말하세요. 사랑한다고.
당장 전하세요. 당신의 마음을.
출처 : 당신이 있어서 참 고맙습니다(이삭 지음)
더원_사랑아_Gm[MR].w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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