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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와 초가

doggya 2010. 9. 12. 09:44

 

 

참새와 초가

 

 

 

                    지붕을 개량하기 전인 70년도 전반기까지,

시골집은 대부분 초가지붕이었습니다. 초가지붕은 비와 눈에 젖고 바

람과 햇볕에 삭아, 2년마다 한 번씩 새 볏짚으로 갈아줘야 햇는데, 그

초가지붕 속에는 굼벵이를 비롯하여 온갖 잡다한 벌레들이 터를 잡고

살았습니다.

 

 이 초가는 벌레들 외에도 참새가 잠을 자는 곳이기도 하였습니다.

참새는 해가 저물면 잠자리를 찾아 인간이 사는 초가집을 찾아들었던

것입니다. 즉, 참새와 사람은 한 지붕의 한 가족이었습니다.

 굴뚝에서 따스한 저녁연기가 올라가는 시간이면, 참새들이 초가지

붕의 추녀로 파고들었습니다. 이 참새를 개구쟁이들이 잡으러 다녔는

데, 해가 저문 시간에 횃불을 밝히고 볏짚이 썩아가는 쾨쾨한 냄새를

맏으며 추녀 속을 헤집었습니다.

 야트막한 초가지붕이 있는 곳에 사다리를 걸치고, 초가집의 추녀

안쪽 황토벽과 맞닿은 곳의 틈새를 찾아 손을 집어넣은 것입니다. 볏

짚 속으로 손을 넣을 때마다, 혹시라도 참새 대신에 뱀이 있으면 어쩌

나 하는 생각에 어린 가슴이 더욱 떨렸습니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기를 집이 오래되면 구렁이가 한 마리씩 집

집마다 살고 있으며, 그 구렁이를 업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흥부와

놀부에도 구렁이가 나와 제비를 잡아먹는 내용이 있듯이 말입니다.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되는 가운데 부드러우면서도 따스한 깃털이

만져지고, 그 꿈틀거리는 물체가 손에 들어오면 놀란 참새의 심장고

동이 손으로 전달되어 내 심장까지도 벌렁벌렁 거렸습니다.

 그때의 희열은 말로 형용을 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전율이 몸 전체

에 퍼지면서 다리까지 후들후들 떨렸고, '잡았다'고 큰소리로 외치다

가 사다리에서 떨어지기도 하였던 것이다.

 겨울철, 초가집에서 잡은 참새를 불에 구워먹었습니다. 털도 뽑지

않은 참새를 그대로 모닥불에 올리면 '호로록' 털이 타면서 참새가

노릇하게 익었고, 그 참새구이를 손에 들고 톡톡 털면 재티가 날아가

바삭바삭 익은 참새고기만 남았습니다.

 그 참새의 창자를 꺼내버리고, 소금을 뿌린 다음, 입에 넣으면 뼈

까지 오독오독 씹혔습니다. 한 입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았으나, 맛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참새가 소머리 위에 앉아서, '소고기 열

근보다 내 고기 한 점이 더 낫다'라고 했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참새 잡이는 초가지붕이 개량되면서 자취가 없어졌습니다. 나

어릴 적, 참새를 잡기 위해 추녀 속에 손을 넣던 그 희열을 또다시 맛

보고 싶습니다만, 참새가 자는 곳을 모릅니다. 요즘은 초가집도 없는

데, 지금이 참새들은 도대체 어느 곳에서 잠을 잔단 말입니까.

 

 

출처 : 추억 속의 달챙이 숟가락( 홍상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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