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수제비
인사동 뒷골목, 항아리 수제비 집
음식점 출입문이 열리고
추레한 차림의 여자 아이가
어린 동생 손을 잡고 음식점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는 낡은 초콜릿 상자를 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가슴속 슬픔을 꺼내 초콜릿을 샀다.
아이들이 음식점 밖으로 나간 뒤,
아내가 다급히 일어서며 주인에게 말했다.
"아주머니, 이쪽 테이블에 수제비 2인분만
빨리 준비해 주세요."
음식점 밖으로 뛰어나간 아내가
초콜릿을 팔던 아이들 손을 잡고 환하게 들어왔다.
아이들은 우리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맛있게 수제비를 먹었다.
고개를 숙이고 수제비를 먹고 있는 아내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울지마······ 생일인데 울면 안 되잖아······."
아내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내가 울먹울먹 말했다.
"이제 겨우 여덟 살이래요. 조그만 손이 꽁꽁 얼었어요."
울고 있는 아내 손을 말없이 잡아 주었다.
연못은 제 가슴의 크기만큼 별빛을 담는 거라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겉모습만 울창할 뿐, 나의 사랑은 용기가 없다.
나는, 바늘구멍으로만 세상을 들여다보았다.
세상도 역시, 바늘구멍으로만 나를 들여다보았다.
나의 사랑은 불안하다.
나의 사랑은 늘 불안하다.
출처 : 보물찾기(이철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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