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파는 할머니
집에 오는 길에,
횡단보도 앞에서 이불을 팔고 있는 할머니를 보았다.
할머니는 팔아야 할 이불에 기대어 졸고 계셨다.
무겁고 고단한 머리를 잠시 이불에 기대고 있다가
당신도 미처 예상치 못했던 천국 같은 안락함에
겨우 붙잡고 있던 의지를 놓아 버린 것이리라.
야윌 대로 야윈 할머니의 몸은
볏단처럼 가벼워 보였다.
바람은 고요했다.
오고 가는 발걸음도 모두 숨을 죽였다.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빨간색 크레파스를 꼬리에 매달고
고요한 허공을 날아다녔다.
잠자리가 지나간 자리마다
가을은 뚝뚝 떨어져 눈물이 되었다. 꽃이 되었다.
나는 오늘, 세상에서 가장 편안해 보이는 이불을 보았다.
커다란 이불 한 채가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의 아픔을 다 덮을 수 있는
아주 커다란 이불 한 채가 있었으면 좋겠다.
출처 : 보물찾기(이철환 글)
'사랑방 > 햇살님의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아이 하나가 울고 있네 (0) | 2010.12.09 |
---|---|
양지편 거지 아이 (0) | 2010.12.08 |
너를 만난 건 행운이야 (0) | 2010.12.04 |
칼국수와 실장갑 (0) | 2010.12.03 |
1퍼센트의 기적 만들기 (0) | 2010.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