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임과 터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습니다. 과한 것은 모자람만 못
하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모든 일에 '딱 맞춤'이란 없
습니다. '안성맞춤'이란 말이 있지만 이상일 뿐 현실은 아닙니다.
어느 날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 이야기로는 요즘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하기도 하고 뭔가 확 터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확 터지다'는 말뜻이 어딘지 좀 과한 듯하다고 느꼈습니다. 그
래서 '터지다'라는 표현보다는 '트이다'가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트임'의 사전적 의미는 이랬습니다. '막힌 것이 뚫리거나 통하
다. 마음이 답답한 상태에서 벗어나게 되다. 막혀 있던 운 따위가
열려 좋은 상태가 되다.'
그리고 '터지다'라는 의미는 '싸움이나 사건 같은 것이 갑자기
벌어지다. 한 덩이로 된 물건이 갈라지다. 숨은 일이 갑자기 드러
나다. 거죽이나 겉이 벌어져 갈라지다.' 입니다.
우리가 사는 일이 언제나 물이 흐르듯 내뜻대로 되는 일은 없습
니다. 이럴 때 일수록 여유를 두고 보면 어딘가에 틈이 있거나 낮
은 구석이 보입니다.
사람들의 만남도 그렇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만들어 가는 사
랑또한 이와 같습니다. 사랑이라 해서 언제나 설렘과 아름다움만
있는 게 아니지요. 오히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답답함과 안타까움
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판단하면 그르치기 십상
입니다. 젊은이들의 파경이 늘어나는 건 트임이 아니라 터짐으로
해결하려는 성급함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일상의 사고를 터짐이 아닌 트임으로 바꾸어야 합
니다.
작은 틈새이어도 눈을 가까이 하면 많은 것을 볼 수 있듯 작은
트임이어도 마음이 다가가면 터짐보다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잖아
요.
작은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은 산속 식구들을 해갈하게
하기도 하고 산의 노래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폭우로 인한 거센
물결은 바위가 갈라지고 골짜기를 터지게 하며 많은 이들에게 피
해를 줍니다.
오늘은 친구와 조용히 마주 앉아 트임의 미학을 나누어 보렵니다
다.
출처 : 트임과 터짐(김재수 산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