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주먹만한 싸락눈 보셨지요?
지금은 눈이 어느 정도 그치기 시작하고 해도 나기 시작해서 다시 정상을 향해서 행군을 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많이 왔어도 다른 때는 볼 수 없었던 풍경에 탄성을 와 ~~ 지르며..
좋아지는 날씨에 감사하면서..l
일행이 붙여준 이름은 버섯바위
마치 동화책에 나오는 요정들의 숲속의 집 같지 않나요? 전 그렇게 느꼈거든요. ㅎㅎㅎ
이렇게 입자가 굵은 눈이 너무나 잘 뭉쳐진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잘 뭉쳐져 동심으로 돌아가 눈싸움도 하면서... ㅎㅎㅎ
굴 밑의 마른땅을 밟으며 운동화도 좀 말리고..
올 봄 일찍은 가물어서 볼 수가 없었던 버섯을 보니 반가웠는데, 이 녀석들도 눈벼락에 어리둥절 했을거에요. ^+^
바위에 붙은 이끼도 여지 없이 눈에 파묻히고 말았네요.
그래도 눈 속에 핀 빨간 꽃은 여전히 보통 때보다 더 예쁘고 화려하게 보이네요.
정상에 조금 못 미쳐서 있는 화장실인데,
그걸 내려다 보는 유인원을 닮은 바위도, 그리고 이 화장실의 주위가 이렇게 아름다운지는 몇 년만에 처음으로 느꼈네요. ㅎㅎㅎ
모두가 눈 덕분..
바람이 너무 세어서 벗었던 쟈켓들을 모두 다시 입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어요.
다시 조금씩 눈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아니 ~~~ 정상이 가까워졌는데, 어쩐다 ~~~~~~~~ ㅠㅠ
바로 정상 밑에서 반대쪽에서 넘어온 고등학생 보이 스카웃을 만났지요.
아이들과 지도자 세명을 포함한 이 스카웃들이 적극적으로 말리더군요.
너무나 길이 미끄럽고 위험해서 자칫하면 미끄러져 절벽 밑으로 떨어져 죽을거라고 ~~~~~ 으아 ~ 겁나 ~~
자기들도 너무나 힘들었으니, 우리보고는 가지 말라고, 그냥 뒤돌아서 오던 길로 가라고..... ㅠㅠ
보통 때도 그리 쉬운 길은 아니었기에 잠시 고민을 너무나 많이 햇어요.
오른 쪽에 어렴풋이 보이는 지그재그로 보이는 바위에 조금씩 파 놓은 계단같은 발판에 의지하고 올라가야 하거든요.
하지만, 한 가지 다행인 건... 눈이 그쳤다는 거지요.
에라 ~ 예까지 왔는데, 가는 데 까지 가보자 ~~
용기인지 무모인지.... ㅎㅎㅎ
사람들이 미끄러지고 자빠지면서 겨우겨우 올라가는 길이 험하게만 보이네요.
찬 바람에 얼어 붙은 눈이 무척이나 미끄러웠어요.
옆은 천길 낭떠러지.... 조심조심
밑을 보지 말아요. ㅠㅠ
이제 조금만 가면 끝이네요. 흐유 ~~
어렵게 넘은 산 아래에서는 예쁜 꽃이 반겨주고.
꽃을 보는 즐거움에 힘들게 넘었던 것도 다 잊어 버리고..
바짝 말라 붙은 바위 버섯인지 이끼인지... 것도 예브게만 보이고..
바위 틈으로 졸졸 흐르는 물을 먹고 자란 이끼인지... 싱그럽게만 보이대요.
가까이서 보니 뜯어 먹고 싶은 싱그러운 봄나물처럼 보이지요?
막 돋아나는 잎사귀가 너무나 싱싱하니 마치 아기손 처럼 예쁘고..
캘리포니아에서도 이 곳만, 그리고 여기서도 이 높은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콘돌이 유유히 하늘을 날며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어요.
또한 탁 트인 정상에서의 전망은 죽을(?) 고생하며 넘어 온 보람을 느끼게 해 주더군요.
그늘에 핀 꽃에 사뿐이 앉은 눈 덩어리와 녹은 물방울도 예쁘지요?
누군가가 에델바이스 같다고 하던데, 워낙이 꽃 이름에는 잼병이라서... ㅠㅠ
내려 오는 길은 의외로 쉬웠지요. 그래서 해 지기 전에 빨리 빨리 ~~
그리고는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화장실 들어가는 일행의 뒷모습도 한 장 찍어보고..
주처장에 있는 벌집이 되어 있는 나무도 한 번 찍어보고.
이 나무는 딱따구리가 도토리를 저장하느라고 이렇게 벌집을 만들어 놓았땁니다. ㅎㅎㅎ
정지 ~~~
내려 오는 길에 횡단보도도 아닌 곳을 건너는 일행이 있었어요.
먹이용으로 기르는 거 보다 조금 몸집이 작은 야생터키들의 나들이였지요.
이제서야 뻐근하게 아파오기 시작하는 다리를 주무르며 가는데....
넘어가는 해가 만든 또 한장의 기막힌 풍경이 옆을 스쳐 지나가대요.
처음 보는 거 같은 구름의 외곽 선이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 되지만,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이렇게 오늘 하루는 전에 못 해 본 경험을 한 잊지 못할 산행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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