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던 일기예보가 어긋났는지, 반짝 해도 뜨고 그리 덥지도 춥지도 않은 좋은 날
오랫만에 전에도 여러번 갔던 피너클 국립공원으로 산행을 하기 위해 길을 떠났지요.
오늘 길에 차에서 커피를 큰 잔으로 하나씩 마셨으니 오르기 전에 미리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좋겠지요? ㅎㅎㅎ
처음 시작은 이렇게 좋았어요.
해도 나고 맑은 공기에 코도 벌름벌름, 싱그런 푸른 새싹뜰이 눈이 즐거운 시간이었지요.
그 동안 가물어서인지 버섯은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끼는 파랗게 온통 바위를 뒤덮고 있어 참 싱그럽게 보였지요.
그런데, 잠시 후 ~~
이게 뭐야 ~~
눈이다, 눈 ~~ 그런데 왠 덩어리 ~~
정말로 오랫만에 보는 싸락눈이었어요. 그런데 그 크기가 정말 장난이 아니네요.
이 곳은 한 겨울에도 비가 오는 날은 있어도 눈이 오는 것은 본 적이 없었어요.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지요.
그런데 이 날 며칠 후에 샌프란시스코에 35년만에 눈이 왔다고 하니, 이 곳도 이상기후의 영향이었던 가 봐요.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한 동행의 말을 빌리면 어쩜 오후 내내 눈이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ㅠㅠ
양쪽의 바위 얼굴들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려다 보고 있네요.ㅠㅠ
진짜로 눈은 점점 더 심하게 내리기 시작했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가는 데까지 가보자....
어찌나 많이 쏟아지는지 마치 비처럼 보이네요. ㅠㅠ
조금 아까까지 싱그럽게 보이던 바위의 이끼 위에 눈덩어리가 내려 앉아 있네요.
곳곳에는 벌써 수북이 쌓이기 시작했고요.
하도 커서 처음에는 우박이 아닌가 했어요.
그런데 분명히 내리는 건 눈이더라구요. 그리곤 조금 있으면 녹아 투명해지기 시작하더군요.
이런 눈은 평생 처음 보는 거였어요. 한편으로 즐겁고 흥분되기도 햇지요. ㅎㅎㅎ
내가 좋아하는 바위얼굴을 지날 때 바위얼굴에 하얀 콧수염이 생긴 것이 재미있게 보이대요.
사실 이 정도의 눈은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지만,
이 곳은 길이 바위로 된 곳이 많고 또 길을 닦는 사람도 없어 미끄러질까 좀 걱정이 되긴 했어요.
작년에 처음으로 많이 온 비때문에 물줄기가 굵은 폭포가 떨어지던 바위가 올 해는 말라 버렸네요. 대신 눈으로 치장을...
그래도 밑에 있는 나무는 철도 모르고 꽃이 피어 화사하게 보이네요.
중간에 있는 저수지에 도달했을 때는 정말로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쏟아지는 눈 속에서 먹을 순 없고 어쩐다 ~~~?
할 수 없이 다시 밑으로 내려가 박쥐가 서식하는 동굴 옆에 우리도 한 자리 잡고 앉았지요. ㅎㅎㅎ
아무리 눈이 와도 오던 길이니 다시 가자 ~~
그렇게 만장일치를 하고 다시 저수지에 올라 다시 한 번 둘러보고는 옆길로 들어섰지요.
전에는 밋밋하게 보이던 바위들이 마치 생과자에 가루설탕을 뿌려 놓은 거 처럼 입체감나게, 맛나게 보이는 것도 처음 보는 거라 와 ~ 멋있다
나뭇가지에 내려 앉은 눈도 그저 경이롭기만.... 마치 눈을 첨 보는 사람처럼 ㅎㅎㅎ
빨간 색이라서 눈 사이에서 더욱 선명하게 보이던 꽃이에요.
이런 풍경을 살아 생전 언제 또 볼 수 있겠냐를 이구동성으로 말하며 오길 잘 했다고.... ㅎㅎㅎ
전에 많이 보던 이끼도 꽃도 모두가 새롭게 보이더군요. 눈의 위력 ~~ ㅎㅎㅎ
높은 바위들에도 하늘이 설탕을 뿌려 맛나게 보이도록 만들어 주고.
그래도 짙은 구름을 뚫고 해가 보이네요.
온통 나무둥치가 새빨간 만자니타 나무에도 꽃이 피었지만, 그 꽃보다도 눈 경치가 더 아름답게 보이네요.
만자니타 나무 뿌리에 붙어 있는 꽃은 더 아름답게 보이지 않나요? ^+^
눈에 푹 파묻힌 이 이름 모를 꽃은 그럴 거 같아요.
아니 하얗고 차가운 이게 뭐야 ~~~ ㅎㅎㅎ
여기저기 피어 있는 빨간 꽃들이 눈 때문에 더욱 선명하게 눈에 띄어 몇 장 더 찍어 봤어요.
더 높은 곳으로 올라 갔을 때 해가 나기 시작하고 더워져 하나 둘씩 쟈켓을 벗기 시작햇지요.
그러면서 처음보는 광경에 도취해 와 ~~~~~~~~ ㅎㅎㅎ
눈이 뭔지도 모르고 세상을 살아 왔을 이 송장메뚜기가 눈위에 앉아 어쩔 줄 모르고 꼼짝을 않고 있네요.
동행이 친절하게 손으로 집어 땅위에 놓아주었지요.
이제 점점 진짜 바위로만 된 정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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