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원으로 산 아들의 행복
세 살 무렵, 아직은 어리기만 한 아들에게
'아빠'라는 호칭은 멀기만 했습니다.
'엄마, 아빠'라는 말을 배운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아빠'라는 말은 어린 아들에게서 희미하게
지워져 가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둘이 어렵게 살아가면서 그 또래 아이들이 좋아하
는 군것질도 못하고, 엄마가 해 주는 밥과 놀이방에서 먹는
간식이 아들에겐 유일한 먹거리가 되었습니다.
아들이 네 살 되던 해, 회사의 출근시간이 일러 아이를 놀
이방에 데려다 주지도 못하고 놀이방 운행차가 올 때까지 기
다려 주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아이를 지하철역 입구
에 세워 두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했습니다.
비바람이 부는 장마철에도, 한겨울 추운 날씨에도 아이는
혼자 10분, 15분을 기다려서 놀이방 운행차를 타고 갔습니다.
혼자 쓸쓸하게 서 있을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 지하철 안에
서 눈물을 삼키기도 수십 번, 그래도 달리 방법이 없었던 아
이와 나는 그런 힘든 상황에서 서로 아껴 주며 살아갔습니다.
어느 날, 내가 감기몸살로 몸이 너무 아파 잘 움직이지도
못하자 아이는 엄마가 걱정이 되는지 계속 말을 시켰습니다.
"엄마, 많이 아파? 엄마, 죽으면 안돼! 알았지? 엄마 내가
이불 깔아 줄께 누워 있어."
아이는 그 작은 고사리 손으로 농에서 힘들게 이불을 꺼내
깔아 주었습니다.
아이도 엄마와 둘만의 생활에 너무 익숙해졌는지 또래 아
이들과 달리 생각이 깊을 때가 많았습니다.
아이의 의젓한 행동을 바라보니 눈물이 흘렀습니다. 아이
는 엄마가 많이 아파서 그런가 걱정이 되는지 엄마의 눈물을
닦아 주다 엄마의 목을 껴안고 함께 웁니다.
다음날 퇴근하며 놀이방으로 아들을 데리러 갔습니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 오랜만에 가게에 들러 비싼 과자 대신
200원짜리 사탕을 사주었습니다.
아들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그 사탕을 입에 넣었다 뺐다
하며 너무도 좋아합니다.
"엄마, 회사에서 돈 많이 벌었어? 그래서 나 이거 사주는
거야?"
200원짜리 사탕이지만 아이는 너무 행복해 합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니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해집
니다.
출처 : 아들이 붙여 준 대일밴드(임미영 외 4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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