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지구여행과 체험/한국

즐거움을 분노로 바꿔 버린 제주도

doggya 2006. 7. 30. 05:06

 

 

                                             경치가 일품이었던 외돌개

 

 

                                          옆에서 본 외돌개예요

 

어느날 벼란간 한국에 있는 친구가 보고 싶어지지 뭐예요. 

그래서 작년 겨울에 계획도 없던 한국으로의 겨울여행을 하게 됐었어요.


마음 먹은 김에 그날로 비행기표를 사고, 배낭 챙겨들고, 그리고는 한국으로 날라갔지요.
12시간의 긴 비행끝에 보고 싶었던 친구를 찾아 갔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얼굴만 보고는 헤어져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를 생각하는게 우선 급선무였답니다.


생각하지도 않는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간이 떨어질 정도로 놀래게 해 주고는 함께 제주도 행 비행기에 올라타게 됐어요

비행기 창문을 통해서 내려다 보는 야트막한 물안개가 낀 겨울바다, 다도해는 마치 신기루를 보는 것 처럼 아름답더군요.

 

일단 제주에 내려 호텔을 정한 뒤, 반나절 남은 시간은 시내 구경으로 보내기로 하고는 용두암이 유명하다고 해서 이리저리 물어서 찾아 갔지요.
언제나 사진과 실제와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가 없는 잔잔한 바다에 대낮에 보는 용두암은 사진의 그 아름다운 자태의 십분의 일도 따라가지를 못하는 것이 실망을 안겨 주더군요.


중국과 일본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비는 바닷가 바위위 이곳저곳에서는 아주 오랫만에 보는 멍게와 접시위에서도 생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꾸물꾸물 움직이는 낙지를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먹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로 그 실망을 상쇠시키기로 했지요. 
여기까지 왔는데... 저들 틈에 끼어 어디 한번 시식을 해봐?


아 ~~~ 그런데 얼마전 산낙지를 먹고 되게 체했던 기억이 떠 올랐지 뭐예요.
그리곤 그때의 그 고통이 유혹의 발목을 잡고 늘어져 그냥 구경으로만 만족하기로 했어요.

 

다음날은 호텔에 부탁해서 아주 좋은 가이드를 할 수 있는 택시를 하나 소개해 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그날 부터 3일 동안 잠만 따로 잘뿐 한 식구가 되어 함께 먹고, 함께 다니면서 마치 가족처럼 친해졌어요.
이 분은 제주 토박이인데, 욕심도 없고, 또 아는 것도 많고 하여서 그런지 관광을 위한 구경이 아니고, 제주 속속들이 구경을 잘 시켜 주었어요.

 

제주에는 다녀 오신분들도 많을 거고 하여, 보편적인 제주의 소개는 저는 생략하겠어요.
단지 제주에 가서 보고 아주 마음이 안 좋았던 일이 있어서 그걸 여기서 얘기해 볼까 한답니다.

 

첫날은 바다를 끼고 동쪽으로 제주를 돌아 한라산 반대편으로 가는 코스를 택해서 가는길에 만장굴, 조개 박물관, 그리고 해안의 절경을 따라 구비구비 돌고 돌아 소가 엎드린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우도를 바다건너 바라보며 성산 일출봉으로 향했어요.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광경은 스쳐 지나가는 바닷가에는 이사람 저사람들이 쌓았다는 돌탑들이 사열을 하고 있어 장관을 이루었는데, 그 거센 제주의 바람에도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참 신기하게 느껴졌지요.

 

 

                                좀 더 가까이서 보면......

 

 

                                  그리고 아주 가까이서 보면.......

 

 

             신기하죠? 이게 그 거센 바람에도 끄떡없이 서 있따는게 말예요.

 

아직은 철 이른 샛노란 유체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바닷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는 일출봉근처에서 생전 처음 먹어보는 제주산 새우와 오분작이 들어간 매운찌게로 배 두들기며 점심을 먹고는 TV 드라마 “올인”을 촬영했던 섭지코지로 향했어요.

 

 

여기서도 예외없이 한겨울의 그 거센바람에도 불구하고 바글거리는 관광객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야 했어요.


그 다음이 관광코스중에 하나라는 민속촌.
여기도 대장금의 쵤영장소라는 커다란 간판과 함께 바글거리는 사람들, 사람들, 그리고 또 사람들.

 

 

 

제주도의 독특한 검정돼지를 키우는 우리. 바로 앞에 왼쪽이 변소. 여기서 변을 보면 돼지가 와서 받아 먹는다네요. 저 왼쪽 안 쪽으로 돼지가 보이지요?

 

 

                                 아주 정겹게 보이더군요.

 

 

 

대장간에 들러서 칼을 만드는 것을 구경했는데, 그 중에서 엿장수 가위가 제일 눈길을 끌더군요.

 

 

                                              꽃상여

 

 

                                 연자방아라고 하나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 !!!

 

다음은 민속촌에가서 어느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전통방식으로 기른 검정돼지고기에 좁쌀막걸리로 추위를 잊고 벽에 걸려있는 멋잇는 제주를 찍은 사진들 구경에 여념이 없었지요.

 

그리고 사람의 손길로 이미 자연의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다 잃어버린 미천굴을 빠져 나와 비자림로에 들어섰을때는 온천지가 하얗게 눈발이 날리고 있어 환상의 나라에 온듯한 느낌이었어요.

억새풀이 흔들거리며 맞아주는 산길을 달려 신비의 도로에서 걸어서 오르락 내리락 하며 입을 딱 벌리고 경탄을 하길 잠깐.

 

다음날은 서쪽으로 도는 코스를 택해  애월, 한담, 한림을 지나 비양도가  보이는 곳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여자, 바람, 돌의 삼다도이름이 왜 붙여 졌는가를 실감하는 순간.

 

 

그 다음에 한림공원에 가서  쌍용굴과 협재굴과 제암민속촌. 을 둘러본 다음 신기한 수석들을 모아 놓은 전시관으로 들어갔지요.
그런데 그걸 보면서도 바닷가 모래사장이나, 강가 또는 산에 널려있는 작은 돌 하나라도 집어가면 벌금을 물 정도로 자연을 보호하는 이곳의 문화에 젖어서 인지 어떻게 저런 걸 모았을까 궁금하더군요.

어쨋든 모아 놓은 수석들, 그리고 찍은 사진들은 다음편에 모아서 구경시켜드릴께요.


그 다음에 아릅답고 독특하긴 하지만,  철사줄로 꽁꽁 묶어 모양을 만든 것이 마치 옛 중국여인들의 전족을 연상케하는, 그래서 한편으로는 불쌍한 생각도 드는 분재구경을 하고. 그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평화박물관이었어요.

 

북제주군 한경면 청수리 평화동 가마오름에 위치한 평화박물관은 일제 강점기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의 노역으로 이루어진 땅굴의 현장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그때까지만 해도 보통 관광객들은 찾지도 않을 뿐더러, 보통 택시운전사들은 알지도 못하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지금은 많이 알려져서 사람들이 많이 가고 있다면 좋겠네요.

 

 

위의 사진들은 평화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빌려 왔어요.  http://www.peacemuseum.co.kr/

 

이 평화박물관의 대표이사는 자신의 부친으로부터 1942년부터 1945년까지 20대의 젊음을 일본군에 징용돼 이 가마오름 땅굴 진지내 군량미 수송 노역에 시달렸던 지난 이야기를 듣고 나서 10여년 전부터 땅굴 체험학습장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전시품등 자료확보를 하기 시작했다고 했어요. 


또한 박물관을 오픈한 가장 큰 이유는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피비린내 나는 역사적 교훈을 일깨워주고 관광제주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에는 일제시대 일본군의 참상을 보여주기 위한것이라고 하는데, 한 개인이 역사의 한장을 파헤치려는 그 노력에 감탄을 했어요. 


이 땅굴에는 피어린 조선인 노역자들의 절규가 묻어 있고, 일제 만행으로 저질러진 생체실험의 현장들이 당시의 유품들과 사진으로 전시되어있어 보면서 분노를 자아내게 되더군요.

 

평화박물관에서 나와 부근에 있는 오설록 박물관과 녹차밭을 둘러 모슬포 해안으로 나와 일제시대 강점기의 유적인 당시의 비행기 격납고를 만났지요.

 

 

모슬포해안의 격납고는 육지에서는 보이지 않고, 바다 쪽에서만 보이도록 교묘하게 은폐되어 있었으며, 이곳은 이차대전 말기 유명했던 가미가제특공대(神風特攻隊)의 숨겨진 기지이며 훈련장이었다고 해요.

 

 

이곳을 둘러보면서 한가지 크게 실망을 했던 것은, 평화박물관처럼 어떤 한 사람의 피땀이 서리지 않아서 그런지, 역사의 현장이 그냥 방치되고, 많은 격납고들이 농부들의 손에 의해서 파괴되어 커다란 콩크리트더미로 밭 한구석에 시체처럼 쌓여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게다가 들어가는 길도 없어서 논뚝을 걸어서야 가까이 갈 수 있을정도로 버려져 있었다는 거지요.

 

 

또 이 격납고에 붙여놓은 문화재라는 표시가 무색할 지경으로 그 안은 현지인들의 창고대용으로 쓰여지고 있었으며, 근처에 있는 보급창고는 비바람과 세월에 그냥 그렇게 망가져 가고 있었고요.

 

                                창고로 쓰이고 있는 문화재

 

또한 근처에 있는 제주주민 대량 학살현장과 그 무덤들 조차도 표시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답니다.  그래서 그 근처에는 제사날이 같은 집들이 아주 많답니다.

 

 

              오른쪽에 자그마한 팻말이 붙어 있지요. 가까이서 볼까요?

 

 

                         그리고 그 위에 붙어 있는 표지판을 보시죠.

 

 

         이렇게 표지판만 붙여 놓으면 문화재가 저절로 보호가 되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망가져 가고 있는 근처에 있는 보급창고로 쓰여졌던 곳이예요.

그렇게 선전을 해대고 사람들이 큰 보물처럼 아끼고 많이 찾는 TV 드라마 촬영지만도 못한 가치를 지닌 것인지 의아하더군요.

 

제주시민단체에서 이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자고 진정서를 여러번 제출했다는데도 그냥 방치되고 있는 것이 무슨 이유인지 마냥 궁금하기만 했어요.
무언가 높으신 분들에게 큰 뜻이 있어서 그냥 방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같은 범부로써는 우리나라의 쓰라린 역사의 현장을 그렇게 방치한다는 사실이 이해하기 너무 힘들었어요.
아마도 지금쯤은 모든 일이 다 진행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을지도....... 그렇게 바라봅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설명을 해 주시던 운전기사분처럼 우리도 흥분을 한건지, 그냥 바닥없는 분노와 통탄인지 모르지만 우리 일행은 무겁고 우울한 기분으로 다음 행선지를 향해 출발했어요. 

 

도착한 곳은 송악산.
남제주군 대정읍 산이수동에 위치한 송악산은 산이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얕으막한 동산과 해안절벽으로 이루어진 곳이지만 해안의 벼랑에서 사방을 둘러 보면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자연풍광이 동서남북 사방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더군요.

 

산 입구에서 절벽 밑둥치의 바다와 만나는 곳을 보니, 마치 바닷새의 굴처럼 여기저기 굴이 파여져 있는 것이 보였어요.

 

 

                  일본군들이 파놓은 은폐용 동굴들이었다고 하더군요.


이어 정상으로 올라가는 꼬불꼬불한 산길 여기저기에 파인 조그만 굴들이 옆으로 스쳐 지나가고 있었는데, 일제시대때 일본군들이 그들이 죽으면 이곳에서 정중하게 화장을 해서 재로 만들어 일본으로 가져가던 곳이라고 합니다. 
죽은 이들에 대한 경건함보다는 조금전에 본 그들의 만행을 생각하며 치미는 분노를 참느라 애를 써야만 했었어요.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보니까, 최근에 발견됐다는 공룡발자욱이 발견된 곳은 줄 쳐 놓고 아무도 못 들러가게 하면서 보호를 잘 해 놓았더군요.

드라마 촬영장소만도 못한 문화재를 생각하며 씁쓸한 기분으로 쳐다보면서 옆을 스쳐 지나갔답니다.

 

혹시라도 제주에 가실 분들 좋은 안내자가 필요하시면, 이분한테 연락을 해 보세요.

후회하지 않을거예요.


김 한범 : 제주60바 3786 개인택시
☎ (064) 753-6750 (hp 016-696-37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