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섹스심벌

doggya 2008. 12. 23. 04:39


      섹스심벌 / 조세핀 김


      여자의 머리는
      섹스심벌이라고
      심리학자는 말하더라
      머리카락으로 중금속을 배출한다고
      과학자들은 그러더라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 버리면
      마음에 변화가 온다고
      경험한 사람들이 그러더라

      가위가 신명난 무당처럼
      거울 속에서 춤춘다
      자식을 떼어놓는
      비정한 엄마처럼 감정 없는
      얼굴을 스치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면서 떨어져 내려
      마른 풀 처럼
      이리저리 딩구는
      머리카락의 절규는 무시한 채
      훤하게 드러난
      햇살 한번 본 적 없는
      머릿 속 하얀 살이 길게 한숨을 쉰다

      세포 속에서 잠자고 있는 고뇌
      마음 속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번민
      핏 속을 흐르는 증오심
      온 몸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욕심도
      한숨과 함께 햇살에 모두 증발해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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