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이야기
노란색 책가방을 멘 남자 아이가 붕어빵 가게 앞을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더니 결국은 멈춰 섰다. 그냥 지나가려고 했지만 맛
있는 붕어빵 냄새가 아이의 발길을 멈추게 한 것이다.
남자 아이는 해바라기처럼 방긋 웃으며 말했다.
"붕어빵 아저씨, 천 원어치만 주세요."
"그래, 알았다. 경오, 너 태권도 학원 다녀오는 길이니?"
"예."
"요즘 키가 더 큰 것 같구나."
"콩나물을 많이 먹었거든요."
곧이어 한 손에 검은 비닐봉지를 든 여자 아이도 가게에 왔다.
"안녕하세요, 붕어빵 아저씨."
"그래, 민희구나. 어디 갔다 오니?"
"예, 시장에 갔다 오는 길이에요. 천 원어치 주세요."
"그래, 알았다."
은호가 놀이터 옆 두 평 남짓한 가게에서 붕어빵을 구운 지도 벌
써 칠 년이 되었다. 그래서 이 동네 아이들에 대해서는 웬만한 건
다 알고 있었다. 어떤 아이가 까불이인지, 공부를 잘하는지, 게임
을 잘하는지, 축구를 잘하는지 등등.
드디어 김이 모락모락 먹기 좋게 잘 구워진 붕어빵이 완성되었
다. 은호는 아이들이 들기 좋게 봉투에 담았다.
"자, 다 됐다. 이건 경오 거. 그리고 이건 민희 거. 아저씨가 한
마리씩 더 넣었다. 경오는 태권도 학원 잘 다니니까 한 마리 더!
그리고 민희는 심부름 잘하니까 한 마리 더!"
"와, 고맙습니다. 붕어빵 아저씨."
"고맙습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멀어져 가는 아이들을 보고 은호는 흐뭇
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은호는 아이들이 '봉아빵 아저씨'라고 불러 주는 것이 너
무나 행복했다. 은호는 한쪽 다리가 불편해서 어릴 적부터 친구들
이나 아는 사람들은 그를 모두 '절름발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붕
어빵 장사를 시작한 후로는 그의 별명이 '절름발이'에서 '붕어빵
아저씨'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붕어빵 아저씨'라고 불러 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어디에선가 싸우는 듯한 거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바로 붕어빵 가게 앞에서 나는 소리였다.
"왜 붕어빵을 안 판다는 거야!"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손님, 죄송합니다.
다음에 오세요."
"다른 사람에게는 다 팔면서 왜 나한테는 안 파는 거냐고? 이 사
람이 지금 사람 차별하네!"
험상궂게 생긴 한 남자가 거칠게 은호에게 화냈다. 은호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재료가 다 떨어져서 오늘은 드릴 수가 없습니다. 다
음에 오세요. 그럼, 그때는 정말 잘해 드리겠습니다."
남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더 큰소리로 말했다.
"지금 장난하는 거야! 저기 만들어 놓은 붕어빵 다섯 개가 뻔히
보이는데. 앞사람한테는 팔고 왜 나한테는 안 판다는 거야!"
"이건···.죄송하지만 내일 다시 오세요."
남자는 성질이 났는지 침을 퉤 뱉었다.
"참 더러워서! 두 번 다시 이 가게 오나 봐라!"
은호는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고 연신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리고 붕어빵을 서둘러 종이봉투에 넣었다.
"손님, 죄송합니다. 제가 어디 갈 데가 있어서···.다음에 오시면
꼭 맛있는 붕어빵을 드리겠습니다."
은호는 절뚝절뚝거리며 어디론가 바삐 걸어갔다.
"내 말이 아직 안 끝났는데 감히 도망을 가? 이런 절름발이가!"
남자는 인중을 삐쭉 내밀며 은호를 뒤따라갔다. 그런데 은호의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남자는 한참을 두리번거렷다. 그리고 육교 밑에 있는 은호를 발
견했다.
"이봐!"
남자는 씩씩대며 은호를 불렀다. 그러나 은호는 듣지 못한 모양
이었다. 남자는 다시 한 번 크게 부르려다가 잠시 멈칫했다. 그
이유는 은호가 쪼그려 앉은 채 거지 소년과 무슨 얘기를 나누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은화와 아이를 지켜보았다.
은호가 종이봉투에서 붕어빵을 꺼내 거지 소년에게 붕어빵을
주고 있었다.
"영식아, 오늘은 아저씨가 좀 늦었지? 자, 어서 먹어."
"예, 붕어빵 아저씨."
소년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영식아, 천천히 먹어. 그러다 입천장 다 데겠다."
"너무 맛있어서 그래요."
"오늘도 추웠지?"
"괜찮아요. 이 정도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나저나 오늘은 어땠니?"
"다행히 좋은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우리 할머니께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은 사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참 기특하구나. 영식아, 식기 전에 어서 먹어라.""붕어빵 아저씨도 하나 드셔 보세요."
"하하. 난 괜찮다. 너나 많이 먹어."
은호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보이며 소년의 어깨를 따뜻하게 어
루만져 주었다.
한참 동안 은호와 소년을 지켜보던 남자는 그제야 왜 은호가 붕
어빵을 팔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느새 남자의 입가에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남자는 발길을 돌
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하마터면 내가 저 소년의 붕어빵을 뺏어 먹을 뻔했네."
그날 밤은 꽤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마음만은 따뜻한 날이었다.
남을 위해 도움을 주는 것만큼 값진 인생은 없을 것입니다. 도움의
크기와는 상관없습니다. 능력이 된다면 더 많이 도와주면 되는 것이
고, 능력이 작다면 가진 만큼만 도와주면 되는 것입니다.
도움도 습관입니다.누군가를 도와준 사람만이 계속해서 도와줍니
다. 그 처음이 중요합니다. 마음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손을 잡
아 주고 함께 있어 주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눈을 마주치는 것부터 시
작하세요. 분명 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질 것이고, 또한
당신의 내일도 값진 인생이 될 것입니다.
출처 : 엄마, 정말 미안해(김현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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