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미래 상상하기
갓난아이를 가슴에 안은 여자가 초췌한 얼굴로 자치센터에 들어섰다.
자치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은 빙그레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뭘 도와드릴까요?"
그때, 갑자기 '으앙'하고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당황한 그녀는 아
이의 눈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우리 아가, 배가 고팠구나. 엄마가 일 마치면 맛있는 분유를 줄게.
아기야, 울지 마라."
그러나 아이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엄마는 당황했다.
그때, 직원이 막대사탕 하나를 내밀었다.
"어머니, 이걸 아이에게 한 번 물려보세요."
"예, 고맙습니다."
그녀는 막대사탕을 아이에게 물렸다. 그러자 아이가 울음을 멈추고해맑게 웃었다.
"아이가 배가 고팠나 봐요.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죠?"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말을 꺼냈다.
"···저 저 저 정부보조금 좀 신청하려고요."
"아, 그러세요? 몇 가지 좀 물어보겠습니다. 혹시 남편 분은···."
"예,··· 남편과는 이혼했습니다."
"그럼, 지금 혼자서 아이를 키우시고 계신가요?"
"예, 그리고 제가 현제 직업이 없습니다. 그래서 생활이 너무 힘듭
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시군요. 그럼 제가 정부보조금을 신청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자치센터를 나와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아가야, 조금만 참아라. 엄마가 곧 우유를 줄게."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분유통을 열었다. 그러나 분유통에는 분
유가 거의 없었다.
"어? 벌써 다 떨어졌잖아."
그녀는 지갑을 열어보았다. 지갑에는 동전 몇 개뿐이었다. 분유를 사
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액수였다.
이내 그녀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툭툭툭 떨어졌다. 아이에게 줄
분유를 살 돈이 없다는 이 현실이 너무나 서글펐다. 또한 능력 없는
엄마인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러웠고 무엇보다 무능한 엄마를 만난 아
이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우리 아가, 엄마나 너무나 가난하고 못나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녀는 아이를 껴안고 한없이 울었다.
"이렇게 살아서 뭐해.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나을지도 몰라."
그녀는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그냥 포기하고 싶었다.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그냥 내려놓고 싶었다.
"그래, 죽자 죽어! 이렇게 살아서 뭐해!"
그녀는 자살을 하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이 밟혔다. 그리고 자신의 엄마가 생각났다.
"그래, 이 사랑스러운 아이를 남겨두고 내가 갈 순 없지. 그리고 불
치병을 앓았던 엄마도 평생토록 열심히 사셨는데 내가 이렇게 나약한
생각을 하면 안 되지. 그래, 반드시 멋진 성공을 하고 말거야."
며칠 후, 그녀는 아이와 함께 마을에 있는 자그마한 카페에 갔다. 그
녀는 카페 주인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양해를 구했다.
"아저씨, 저는 조앤 롤링입니다. 다름 아니라 저 구석 자리에 앉아
서 글 좀 써도 될까요?"
"물론이죠."
"그런데 커피를 자주 시킬 수 없어요. 돈이 없어서요. 한 잔으로 하
루 종일 여기 머물러도 될까요?"
주인은 눈을 깜박이며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한 잔을 마시든 백 잔을 마시든 당신은 내 손님입니다.
그런데 무슨 글을 쓰려고 합니까? 저도 글에 관심이 좀 있답니다."
"아, 그러세요?"
그녀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이어 말했다.
"아직 구상단계인데요. 판타지 소설을 쓸 거예요. 빗자루 타고 날
아다니는 마법사도 나오고 귀여운 아이들도 많이 나오는, 그런 동화
같은 소설이요."
"아주 재미있겠군요. 기대할게요."
"예, 기대해주세요."
"우리 카페에서 유명한 작가가 나오겠군요. 하하하."
인심 좋은 카페 주인을 만난 덕분에 그녀는 카페에서 종일 글을 쓸
수 있었다. 글을 쓰다가 아이가 칭얼대면 젖병을 물려주기도 하고 때
때로 아이랑 놀아주기도 했다.
그녀의 얼굴 표정은 참으로 해맑았다. 지금 그녀가 처한 현실은 무
척이나 고단하고 괴로웠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고 또한 마음껏 상상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마법사가 되기도 하고 마법학교의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무
시무시한 괴물이 되기도 했다. 상상하며 글을 쓰는 동안, 그녀의 얼굴
표정은 수시로 바뀌었다. 괴물을 만났을 때는 두려운 표정을 지었고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을 때는 입이 귀에 걸리기도 했다.
상상은 그녀에게 있어 현실의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는 마법의 약과
도 같았다.
그녀는 종일 타자기에 타이핑을 해야 했기 때문에 손목도 많이 아프
고 눈도 많이 피로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아픔은 충분히 견딜 수 있
었다.
어느 덧 시간이 흘러 계절이 몇 번 바뀌었다. 그녀의 소설도 서서히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그래, 이제 몇 페이지만 더 쓰면 돼."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다.
"드디어 완성을 하다니! 정말로 놀라워. 그래, 이 원고를 출판 에이
전시에 보내는 거야. 책으로 출간을 해서 우리 아기 분유 값을 벌어야
해."
그녀는 두 명의 에이전트에게 원고를 보내려 했다. 그런데 복사할 비
용이 없었다.
"어떡하지?···그래, 타자기로 타이핑을 하자."
그녀는 방대한 분량을 다시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두 에
이전시에게 원고를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허황된 원고입니다. 도저히 출판할 수 없습니
다."
"누가 이 책을 읽겠습니까? 너무나 진부한 내용이고 그리 색다른
것도 없습니다."
모든 출판사에서 그녀의 원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녀는 절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몇 년 동안에 흘린 땀과 열정
이 헛되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블룸스베라는 출판사에서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조앤 롤링씨, 당신의 원고를 잘 읽었습니다. 너무나 재미있고 즐
겁고 놀랍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편도 기
대가 됩니다. 당장 우리랑 계약합시다."
"저 저 정말이세요? 정말로 계약을 하는 겁니까?"
그녀는 몹시 흥분했다.
"당연하지요. 이 책은 보나마나 대박입니다. 이런 원고는 처음입니
다."
마침내, 그녀가 쓴 소설은 책으로 출간이 되었다. 그녀가 출간한 책
이 바로 『해리포터』 시리즈였다. 책은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인의 마
음을 흔들어놓으며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독자들은 그녀의 상상력에 감탄을 하며 즐거워했다. 그녀의 책은 영
화로도 만들어져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과 상상력을 심어주
었다. 그리고 그녀는 2000년에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았으
며 2001년 3월에는 버킹엄 궁에서 찰스 왕세자로부터 대영제국훈장
(OBE)를 수여받기도 했다.
이혼녀에다 정부보조금으로 어린 딸과 함께 하루하루를 연명했던
그녀가 하루아침에 성공한 백만장자가 된 것이다.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며 오늘의 고통을 참고 미래의 희망을 건 조앤
롤링, 그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실업자에 이혼녀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처한 현실을 비관
하지는 않았습니다. 『해리포터』 를 쓰는 동안 나는 행복했습니다.
무일푼인 것도, 남편과 이혼을 한 것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
다."
출처 : 15살 네 꿈을 응원한다(글 김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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