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불의 땅 국립공원을 다녀 와서 호텔에서 좀 쉬다가 저녁 어둑어둑해 질 무렵에 차를 타고 산으로 향했어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어둑어둑한 산길을 달려 어느 산장에 도착하게 되었어요.
자연을 꼭 닮은 부부와 겨울이면 썰매를 끄는 견공들 몇 마리와 함께 사는 생활이 참 부럽게 보이더군요.
조 녀석이 처음엔 다가와 막 핥다가 주인이 눈 한 번 부라리자 얼른 얌전하게 앉아 있네요.
커다란 창문으로 내다보는 앞마당(?)이 참 보기 좋지요?
날은 어둑어둑해 지고 꼭 비라도 쏟아질 거 같은 날씨.
바람도 불어 춥기도 하고.....
산장에서 내주는 기다란 장화를 신고 어깨엔 우비를 하나씩 걸치고 비버를 찾아 나섰어요.
이 녀석이 오늘 보러가는 주인공이지요.
볼 수 있을라나 모르겠어요.
그리고 날이 어두워지는데 멀리 있는 것이 카메라에 잘 잡힐지도 의문이고요.
조금 걸어가니 비버의 작품으로 보이는 땜이 보이네요.
얘들은 이렇게 흐르는 물을 막아 땜을 만들고 거기에다 집을 짓고 사는데 보통 3-4식구래요.
새끼는 2년 정도되면 집에서 쫓겨나 자기의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는군요.
폼을 있는대로 내고 있는 칠레에서 왔다는 사람 뒤쪽으로 보이는 흙더미가 바로 비버의 집이에요.
물위에다 얼기설기 나무를 쌓고는 그 위를 흙으로 덮어 집을 만드는데 드나드는 구멍은 물 속에 있대요.
보호능력이 없으므로 보호차원에서 입구를 물 속에다 만들었지만, 일단 들어가면 나무로 만들어진 마른 집이 있다고 하는군요.
이 집 임자는 아직 자는지 밖에 얼씬도 안 하네요.
그래서 다른 집을 방문해 보기로 했어요.
우리가 가는 이 곳은 길도 없고 그저 가이드의 뒤만 졸졸 따라갔는데..
밟으면 이렇게 발이 푹푹 빠져요. 어떤 곳은 무릎까지 빠지기도 해요.
일행 중에 브라질에서 온 사람은 무릎까지 빠지는 바람에 쫄랑 젖어가지고 아주 애를 먹었지요.
여기는 겨울이면 눈이 1미터 이상 쌓여서 눈 썰매를 타거나 크로스 칸츄리 스키를 탄다고 하는데,
그 눈이 녹아도 모두 증발할 만큼 날씨가 덥지 않기 때문에 항상 이렇게 질퍽질퍽하답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 꽃은 피어 있었어요. 생전 처음 보는 꼿이지만. 참 아름답네요.
힘들게 한참을 걸어가는데 조그만 집이 보이네요.
저기 가서 뜨거운 차라도 마시고 가나요?
아니요 ~ 그냥 가야해요. 비가 오기 전에... ㅠㅠ
조금 가니 또 다른 비버의 작품을 만나게 되네요.
비버는 덩치도 그리 크지도 않으면서 아름드리 나무를 앞니로 갉아서 쓰러뜨린다고 해요.
땜을 돌아서 가는 도중에 발 밑을 살펴보니 참 여러가지의 생물들이 이런 곳에서도 생존하고 있네요.
이끼인지 풀인지 모르겟지만 춥고 물풀이 아니면서도 물이 항상 고여 있는 곳에서도 자라는 생명력 끈질긴 풀이에요.
가는 곳에 따라서 색깔도 다르고 또 풀의 종류들도 많이 달랐는데,
가이드는 풀 보다는 비버가 전문이라서 그런지 물어도 이름을 잘 모르더군요.
어쩜 이름이 없는지도 ~~ ㅎㅎㅎ
오늘 행동을 함께 하는 일행이랍니다.
브라질에서 온 정부 공무원이라는 게이 부부... 결혼한지 일주일 됐대요.
그리고 칠레에서 온 부인은 공군 파일럿, 남편은 군 엔지니어인 부부.
가이드 그리고 나... 이렇게 여섯이지요.
너무나 황량하게 보이지요?
그렇지만, 실제로 그 자리에 있으니 그런 느낌은 절대로 들지 않았어요.
아 ~ 또다른 비버의 작품을 만났네요.
오른 쪽 중간쯤에 보이는 비버의 집으로 가기 위해서 언덕을 넘어 돌아서 가고 있는 중이에요.
얘들은 한 곳에 집을 짓고 채식주의 식성때문에 근처의 나무나 풀을 먹다가
먹을 것이 떨어지면 또 다른 곳으로 옮겨 가기 때문에 그 피해가 상당히 크다고 해요.
사람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손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참 잘 지었지요?
그래서 미국에는 목재상의 이름이" 버버의 기술 또는 솜씨" 라는 이름까지 있어요.
어둑어둑해 지는 통에 잘 보이려나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와 ~~ 저기 간다 ~~
유유히 헤엄치는 이 녀석 첨엔 물뱀인 줄 알았어요. ㅎㅎㅎ
조금 있다가 다른 녀석이 물 속에서 쑥 나오더니 무언가를 갉아 먹고 있네요.
안 그래도 추운데 젖은 몸을 보니 더 추워지는 거 같네요. ㅎㅎㅎ
많이 어두워서 좀 힘들긴 했지만 이 녀석들의 움직임을 동영상으로 찍어봤어요.
어 ~ 이건 무슨 짐승이지요? 갸우뚱 ~~~ ㅎㅎㅎ
한 마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고.
이 녀석은 무언가를 보여주려는지 우리 쪽을 보고 돌아 앉네요.
그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가지고 간 우비를 걸쳐 입는데, 백팩을 맨 가이드가 무얼 꺼내네요.
무언가 하니 컵에 김이 무럭무럭나는 차를 주는 거였어요. 에고 ~~~ 추운데 고맙습니다.
그런데 엥 ~~ 맛이 이상해 ~~
알고 보니 빨간 포도주를 뜨겁게 데워서 가지고 온 거였어요.
일명 포도주 차 ~ ㅎㅎㅎ
뜨거운 포도주차로 몸을 좀 녹이고 다시 비버한테 안녕을 고하고는 빗줄기가 더 굵어지기 전에 되돌아 가기로 했어요.
오는 길에 다시 한 번 집을 보니 정말 잘 지었네요.
마치 톱으로 썰은 거 처럼 잘린 부분도 깨끗하고 아주 단단한 집이에요.
이 것은 사진을 찍은 건데 집을 짓기 위해서 그리고 가만 놔두면 끝없이 자라는 앞니를 갈기 위해서
이런 식으로 나무를 갉아서 쓰러뜨리니 아무리 울창한 숲이라도 어찌 당해 내겠어요 ~
비버가 떠난 자리는 이렇게 폐허가 되는데 이 근처 산 속에는 이런 곳이 참 많아요.
이유는요.
비버가 댐을 막는 바람에 수위가 올라가서 나무들이 물에 잠겨 죽는거지요
그리고 근처의 식물들이나 나무 잎들을 모두 먹어치우기 때문에 또 죽어버리지요.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비버가 떠난 곳은 완전히 폐허로 남는답니다.
하지만, 얘들의 천적이 없어서 어쩔 수가 없다고 하네요.
뱀이다 ~~~~
그렇게 다시 한 참을 걸어 산장으로 돌아왓어요.
창문으로 스며 나오는 불빛이 이렇게 따뜻하고 정겹게 느껴지기는 또 처음이네요.
산장에 들어가니 바닥에 이런 것이 몇개 놓여 잇엇어요.
이게 뭐래요? 벌레인가?
알고 보니 남의 도움없이 혼자서 쉽게 장화를 벗는 장치였어요.
앞부분을 다른 발로 누르고 갈고리 같은 데다 다른 쪽 장화 뒷굽을 걸치고 발을 빼니 너무나 쉽게 그 긴 장화가 벗겨지대요.
오늘은 여기서 저녁 식사를 하고 가기로 되어 있어서 식탁이 마련된 이층으로 올라갔지요.
이 부부가 칠레에서 온 파일러트 부인과 엔지니어 남편이에요.
물에 빠져서 발과 바지를 다 적신 다른 부부가 합세하고 쥔장 부부가 합세를 하여 참으로 좋은 얘기 나누며 맛나는 식사를 햇어요.
그런데 ~
이 날이 공교롭게도 제 생일이었어요.
그래서 생전처음 보는 사람들한테서 생일축하도 받고 나중에 떠날 때는 쥔장이 조그만 선물도 손에 쥐어주더군요.
이렇게 즐거운 하루가 지나갔어요.
호텔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훌쩍 넘어 버렷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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