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평화님의 선물

포구기행 / 김진학

doggya 2016. 4. 5. 18:50

포구기행 / 김진학

나는 오래된 파도소리를 들으며
어두워진 포구에 선다
게들은 사랑을 찾아  돌아다니고
그리운 것은 모두
아파야 기억되는 도시에  사나보다

토실한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인
뽕짝을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
술집의 불이 꺼질 때 쯤
설렁설렁,
여자에게 수작을 거는
취한 남자의 목소리가
늙은 바람이 되어 흩어진다

어둠 속으로
막대처림 휘저으며 사라지는
택시의 불빛
휘젓는 것이 어디 불빛 뿐이랴
내 안에서 그토록 휘젓고 떠났는데도
열병처럼 일어나는 그리움이라는 이름
아아, 아플수록 감미로운 이름
너와 나 사이엔
보이지 않는 무엇이 있어
서로 끌리고 있는지

상현달 내리는 포구엔
아파서 감미로운 이름하나
상현달 처럼 떴다


○ 어느 해 가을 주문진에서 쓰다.

○ 문학의 향기 초대시

'사랑방 > 평화님의 선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봉식이  (0) 2017.07.21
바람난 그해 여름의 기억스케치  (0) 2017.07.21
춘자  (0) 2016.04.04
가을, 캠퍼스   (0) 2014.07.21
여름, 종묘풍경  (0) 2013.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