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식이 / 김진학
쌀 자루를 메고 부엌으로
들어간 봉식이가 춘자에게
수작을 건다
춘자 배를 앞산만하게
만들었으니 어머니께 받은
일 년치 새경을 자랑하는
모양이다
언제부턴가 봉식이 어깨가 힘이
들어갔다 그럴만도 한 것이
작년여름 동대항 씨름대회에서
황소를 탔다
머리는 좀 거시기해도
힘은 장사다
그 힘 쪼매마 나누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버지만 드시는 약과 몇 개와 정종을
노란 주전자에 훔쳐 담은 춘자가
어느 새 뒷마당에서 장작을 패는
봉식이에게 간다
사람의 정분(情分)이란
이렇게도 나는 것을
유월이다
담장의 장미도
나비와 정분이 났나보다
● 사랑의 향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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