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평화님의 선물

봉식이

doggya 2017. 7. 21. 11:56

봉식이 / 김진학

쌀 자루를 메고 부엌으로
들어간 봉식이가 춘자에게
수작을 건다
춘자 배를 앞산만하게
만들었으니 어머니께 받은
일 년치 새경을 자랑하는
모양이다

언제부턴가 봉식이 어깨가 힘이
들어갔다  그럴만도 한 것이
작년여름 동대항 씨름대회에서
황소를 탔다
머리는 좀 거시기해도
힘은 장사다
그 힘 쪼매마 나누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버지만 드시는 약과 몇 개와 정종을
노란 주전자에 훔쳐 담은 춘자가
어느 새 뒷마당에서 장작을 패는
봉식이에게 간다
사람의 정분(情分)이란
이렇게도 나는 것을

유월이다
담장의 장미도
나비와 정분이 났나보다


● 사랑의 향기마을

'사랑방 > 평화님의 선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은행나무를 보며  (0) 2020.02.04
바람난 그해 여름의 기억스케치  (0) 2017.07.21
포구기행 / 김진학  (0) 2016.04.05
춘자  (0) 2016.04.04
가을, 캠퍼스   (0) 2014.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