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을 반도 못갔는데, 해는 넘어가고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어요.
곧장 가면 브라이스 캐년으로 간다는 표지를 보고는
옆길로 접어들어 유타주의 Cedar City를 향해 산길을 달리기 시작했지요.
오늘 낮에까지 자이언 캐년에서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 산길에 나무밑으로 쌓인 눈이 여기저기 보였어요.
빨리 어두워지는꼬불꼬불한 산길에 지나는 차도 없고 거기다 으슬으슬 가랑비는 내리고, 참으로 을씨년스러운 길이었지요.
그렇게
한 두시간을 달렸을까? 멀리서 하늘이 환하게 보이는 것이 도시에 가까워 진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 저만치 앞에 비상등을 켜놓고
서있는 차가 하나 보였습니다. 속도를 늦추고 가는 데, 그만 못 볼것을 보고 말았지 뭐예요?
길에 누워 버르덕 거리는 노루였어요.
아마 어두운 길에 빨리 달리던 앞차가 길 건너는 노루를 들이받은 것 같았어요. 만약 그차가 아니었다면,
내차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확 온몸에 돋더군요.
다리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마지막 사투를 벌이는 듯 쓰러져 있는 사슴을
어떻게 해야하나 하고 잠시 생각을 했지만, 결론은 그냥 지나쳐 가는 것이엇어요 .
그 사슴은 이미 가망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지요.
그후론 공연히 울적한게 기분이 썩 좋지를 않고, 눈앞에서 버르적 거리던 노루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 것이었어요. 어찌
한세상 살다가 저렇게 생을 마감해야하나 하는 생각...
그냥 눈에 띄는 호텔에 들어거 꾸그리고 하룻밤을 자고는 아침에 일어나 다시
어젯밤에 오던 도로를 거꾸로 달리면서, 어젯밤에 어두움 때문에 놓쳤던 절경을 구경할 수 있었어요.
어젯밤에는 그렇게
으시시하게만 느껴졌던 산이 그렇게 아름다운 줄 몰랏지요.
그리고 산 정상에서(어젯밤에는 정상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내려다 본 산의 경치는 보너스였어요.
아침햇살을
받아 각가지 색깔을 내 뿜고 있는 기기형형의 바위들이 길옆으로 보이기 시작해 목적지가 가까이 왔음을 실감했지요.
곳곳에 서서 사진을 찍으며 감탄사를 발하느라 속도가 많이 늦어졌지요. 그런데, 얼마 안 가서 나온 안내판을 보고서야, 아직 브라이스캐년의
입구에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걸 알았답니다.
그리고는 또 한번 감탄, 와... 거기 가면 얼마나 멋있을까? 입구가 이 정도니....
브라이스캐년은 어제 갔던 자이언 캐년과는 달리 차를 타고 가는 중간중간에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또
시간과 정력이 넘치는 사람들은 캐년밑으로 걸어서 내려갔다 올 수도 있게 되어있었어요.
짧게는 1시간 반에서 길게는 4-5시간의 코스등 자기에게 맞는 것을 고를 수 있었지만, 저는 일행중에 연로한 어른이 계셔서 그냥
전망대에 매달려 감탄사 발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지요.
언젠가 다시 한번 와서 계곡을 샅샅이 정복해 보리라 다짐을 하면서 말입니다.
이곳의 바위들은 다른곳과 달리 모두들 독특한 색깔로 각각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옛날에 마음나쁜 사람들을 벌주기 위해서
카요티(평원에 사는 늑대의 일종)가 인간을 돌로 만들었다고 하는 전설이 있을만큼 사람을 닮은 모양들이 많았어요.
지금부터 보여드릴 사진은 Inspiration Point 라고 하는 계곡에 있는
바위들이예요.
다음에 보여드리는 사진은 자연적으로 깍여서 만든 다리예요
위의 사진들은 레인보우 포인트라고 하는 곳예요
해지는 계곡이예요. 밑에는 가까이서 찍은 것들이예요.
저 밑에 길에 개미만하게 사람들이 보이죠?
다음은 브라이스 포인트라고 하는 곳이예요.
와...... 힘들다.
구경 잘 하셨어요?
하루종일 계속 감탄사를 발하면서 다였더니, 나중에 입이 다무는데 여간 턱이 아픈게 아니더군요. ㅎㅎㅎ
오후의 짧은 해가 넘가기 시작하는 걸 보고는 서둘러서 오늘의 잠자리를 정하러 또 차를 타고 다음 행선지인
Canyonlands 쪽으로 향했어요.
복적지에 다 가기도 전에 날은 어두워져서 그냥 근처에서 일박을 하기로 하고
Capital Reef 로 가는 길목에 있는 호텔에 일단 짐을 풀었지요.
그리고는 저녁을 먹으러 그 동네에서 괜찮다는 식당을
찾아갔는데,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실망에 후회를 하느라 먹은 게 다 체할 지경이었지 뭐예요.
식당 이름은 Capital Reef Inn 이었는데, 모든게 다 스터후라이에다 이름만 달리 붙여논 듯한
음식들이었어요.
한가지 마음을 흡족하게 해 주었던 것은 주차장에서 볼 수 있었던 쏟아져 내릴 것같은 은하수와
별들이었어요.
쏟아지는 별들을 잡으려는 양 두팔을 벌리고 빙빙 돌며 하늘을 따라 한참을 돌았지요.
일단은 그것으로
만족을 하고 내일을 위해서 다시 호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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