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지구여행과 체험/아시아

일본 - 교토의 낯선 거리에서 강아지처럼.... 영어가 안 통해요

doggya 2006. 6. 8. 01:27

 

 

내가 묵었던 사촌동생이 있는 메구로에 있는 작은 절, 곳곳에 이런 절들이 널려 있더군요.

 

 

                                  절안에 있는 돌부처들

 

일본에서 보낸 12일중, 2박 3일을 할애해서 옛수도였던 교토를 한번 구경하기로 마음을 먹고, 아침 일찍 서둘러 신칸센 기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갔지요.
시간도 모르고 무작정 버스를 타고 역으로 향했어요.

이게 제 여행스타일이거든요.

계획없이 오는대로 부딪치는...... 마치 인생을 사는 것과 같지요.

사실 계획을 세워도 그대로 되는 경우가 없더군요.

그래서.... 맘 편하게........ 

 

 

                                 메구로 역으로 가는 안내판

 

일본말을 거의 모르는 나와, 영어를 거의 모르는 역무원과의 실갱이가 한참 지속됐지요.
아무리 손짓 발짓을 해도 의사 소통은 안되고, 결국은 이 역무원이 먼저 짜증을 내기 시작하더군요.
할 수 없이 가방에서 꾸기꾸기 구겨진 종이를 꺼내 제대로 획도 안 맞는 서툰 한문을 쓰기 시작했어요. 아유 ~~~ 쪽 팔려라.....

겨우겨우 내가 무얼 원하는지 알아내고는 종이에다 시간표와 값이 얼마인지등의 내용을 써주더군요.

토쿄에 있었던 일주일 내내, 가게에서나 식당에서나, 얼마라고 하는지를 못 알아들어서 큰 돈만 낸 덕분에 가방속에있는 비닐백에는 동전이 가득차 어깨를 무겁게 해 주었었는데, 처음으로 정확한 액수의 돈을 지불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그 역무원이 그래도 어찌나 고맙던지..

내가 표를 산 곳은 토쿄의 주택지인 조그마한 메구로역이었는데, 여기서 전철을 타고는 토쿄역으로 가서 신칸센으로 갈아타야 한다고 하더군요.

거기까지 가는 시간을 계산해서 준 기차시간에 늦지 않기위해,  돌아오는 날짜와 좌석이 적힌 왕복 기차표를 얻어가지고 개찰구를 향해 부지런히 발길을 옮겼어요. 

행여라도 엉뚱한 곳으로 실려갈까봐, 여기저기 서있는 역무원에게 벙어리처럼 표를 보이고 미소를 지어보이면, 손가락으로 방향을 알려주더군요.
겨우 찾아서 탄 기차는 아주 깨끗하고 쾌적했어요. 
금연이라고 씌여있는 열차의 문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워대, 문을 열때 마다 기차안으로 담배연기가 끊임없이 들어오던 연전에 경험한 한국의 기차와는 너무 대조적인 것이었어요.

그리고 한국의 KTX 보다는 너무나 좌석이 넓고 편안했구요.

토쿄에서 나고야, 교토 그리고 오사카까지 연결되는 이 토카이도 신칸센은 1964년에 완성되어 첫 운행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 당시에는 시속 200 km(125 마일) 였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지금은 시속 300km(188 마일) 로 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두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고 하는데, 옆으로 지나가는 시골의 풍경은 한국의 시골풍경과 참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 그런데 옆으로 지나가는 벤토장수들을 보니 슬슬 배가 고파오는 것을 느끼겠더군요. 그러고 보니까, 어제 부터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야키니쿠(불고기)가 들어있다는 벤토를 거금 천엔(약 $10) 을 주고 사서는 기대를 잔뜩 걸고 뚜겅을 열었어요.

양은 내 식성에는 좀 많다 싶은 것이었지만, 정말로 맛이 없었어요. 불고기는 달기만 하고 깊은 맛이 없고, 옆에 놓인 다른 반찬들도 별로였는데, 첫째로 불고기에 따라와야 할 김치가 없는게 제일 불만이더군요.

어찌나 돈이 아깝던지.... 토쿄에서 사먹은 450 엔짜리 벤토가 훨씬 맛있었는데....

* 참고 : 저는 처음에 잘 몰라서 미국을 떠날때 JR pass 사는 시간을 놓쳤는데, 일본에 가기전에 국외에서 사면, 토쿄에서 교토까지의 한번 왕복요금밖에는 안되는 돈으로 일주일짜리 JR pass 를 살 수가 있답니다. 기차뿐이 아니고, JR 에서 운영하는 버스도 탈 수 있으니까, 아주 큰 절약이 되지요.


곧 교토에 도착한다는 것을 알리는 차내 방송과 전광판을 보고 서둘러 내릴 준비를 했어요. 그래봐야 작은 손가방 하나지만.

 

 

                     신칸센 기차와 교토역 내부의 커피샵과 락커가 있던 곳

마중나온 사람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이 생면부지의 장소에서 어딜 가야하나, 지금부터 무얼해야하나 하는게 가장 큰 과제였읍니다.
항상 사전연구조사나 계획없이 훌쩍 떠나는 게 버릇이 돼서...

우선 마음을 정리해 볼 양으로, 락커에다가 가방을 집어 넣고(작기때문에 큰 가방은 안 들어감), 역안에 있는 근처의 커피샵으로 들어갔지요.

커피를 한잔 시켜놓고는 주위를 둘러보다보니까, 눈에 들어온게 '관광안내소' 라고 쓰여진 간판이었어요..
구세주같은 간판....

그곳의 안내원들은 유창하지는 않지만, 다행히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를 구사해서 천만다행이었지 뭡니까?

우선은 오늘 저녁 잠자리부터 해결을 해야하니, 그게 제일 급한 문제였읍니다.
처음에는 민작을 하러고 했었는데, 이곳에는 민박에 대한 정보는 없더군요.

이것 저것 주는 정보를 보다가 값이 그중 괜찮고 길 잃을 염려도 없는 역근처의 여관으로 결정을 했지요.
안내원이 그 여관에 전화를 걸어 방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예약까지 해 주더군요. 침대보다는 일본식 다다미방을 택했지요.
자... 이제 한시름 놓았고..
그다음은 무엇을 하고, 보아야 하나??
어떻게 해야 2박 3일을 잘 요리할 수 있나?

 

 

교토 역, 이 역 바로 앞에 아주 큰 지하상가가 있었는데, 이곳에 있는 식당들이 내가 교토에 머무는 동안 내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곳이 되었지요.


우선 안내원이 권하는 대로 일일 버스패스를 샀지요. 이 버스패스는 하루씩을 기간으로 잡는데, 이것을 가지면 버스나 지하철이나 그냥 보이기만 하고 타면 된다고 하대요.

패스를 사니 커다란 시내 지도 한장을 주더군요. 모두 일본말과 한문으로 쓰여진...
아이고야 ~~~~ 영어 없어요 ~~~~~~~~
그리고 유명한 사찰과 가볼만 한 곳들이 자세하게 안내된 지도 한장.

마침 그 다음날이 일본의 유명한 3대 축제중의 하나라고 하는 'The Festival of the Ages' 라는 축제가 열리는 날이라고 하더군요.
일본의 역사속, 전 시대에 걸친 의상과 소품들을 입고 걸치고 행진을 하는 일종의 역사적인 축제라고나 할까요?

잘 보기 위해서는 관람석의 좌석을 사라는 그 사람의 꼬임에 빠져 거금 3천엔(약 $30)을 주고 받아 들은 표를 보고 아주 기분이 흐뭇했지요. 

참 때를 잘 맞춰서 왔다는 생각에.
나중에 안 일이지만, 관람석 좌석을 살 필요가 전혀 없는 거 라더구요.

하여간 돈 쓰고 나서 배운다니까요.

 

락커에서 가방을 꺼내들고, 오늘 밤 나의 보금자리인 여관으로 발길을 옮겼어요. 
역사를 빠져 나가면, 바로 커다란 대형 백화점이 있고, 그 밑으로 거대한 지하상가가 있었어요. 

이 지하상가의 한 구석은 먹자골목으로 모두들 쇼윈도우에다가 음식을 만들어 진열해 놓고, 값도 써 있기 때문에 저녁은 여기와서 해결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는 길을 머리속에 잘 새겨놓았지요.
지하도를 벗어나니, 바로 눈앞에 5층정도로 보이는 건물에 내가 가야할 여관의 이름이 써있는 간판이 보였어요. 오메 ~~~~ 반가운거.
들어가 짦은 일본말과 영어를 섞어 이틀치 숙박비를 미리 내고는 안내하는 방으로 들어갔지요. 

 

낮에는 이렇게 테이블에 차와 뜨거운물이 보온병에 들어있고, 옆에 개켜놓은 이불은 저녁이면 들어와서 깔아주고, 아침치면 개켜준답니다.


안내하는 다다미 방에를 들어가니, 한쪽 구석에는 요와 이불이 얌전히 개어져 있고, 그 위에는 유카타(일종의 실내복으로 이걸 입고는 여관안에서는 어디든지 갈수 있음)가 빳빳하게 풀먹여 대려진 것이 얌전히 놓여있었어요. 
그리고 한 구석에는 탁자가 놓여있고, 그 위에는 간단한 간식거리 과자와 티, 그리고 보온병에 뜨거운 물, 그 옆에는 티주전자와 티컵이 놓여 있는 것이 아주 아담하게 보였어요. 

화장실을 들어가보니, 샤워를 하라는 건지, 아니면 목욕을 하라는 건지 알 수 없는 사방 1미터정도의 통이 있었는데, 어렴풋이 알아들은 안내원의 말로는 밑에 내려가면 공동 목욕탕이 있다는 것 같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어떻게 내가 이런 말들을 이해했는지 이해가 안 가는군요.

일단 짐을 풀고는 환할때 주위를 구경 할 양으로 바깥으로 나왔읍니다.
나오는 길에 보니까, 여관 일층에 식당이 딸려 있었지만, 그것 보다는 구경도 할겸 밖에서 먹을 것을 찾기로 작정했지요.


우선 지하상가로 들어가 얼마나 긴지도 모르는 상가를 이 골목 저 골목 누비고 다니며, 저녁으로 무얼 먹을 것인지를 탐색하러 여기저기 기웃기웃거리고 다녔어요. 
그중 한 군데를 골라 놓고는, 밖으로 나와 역 바로 옆에 있는 백화점으로 들어갔읍니다. 무얼 사기 위해서가 아니고, 그냥 여기사람들은 무얼 팔고 사고 하는지 궁금해서요.

 

 

 

                               교토역 근처에 있는 작은 절,

뭐하나 새로운 거 발견을 못하고, 역 근처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동네를 걸어서 기웃거리며 구경하고 다녔읍니다. 마치 역의 기둥에다 끈으로 묶어놓은 강아지처럼 길 잃을 염려안 해도 되게 주위를 뱅뱅 다녔지요. 워낙 길눈이 어두워서...
범죄율이 가장 낮다는 일본이라고 들었기에 걱정을 안 했지만 그래도 방심은 금물...

 

 

벌써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고 가로등과 가게의 네온 사인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는 걸 보니, 어쩐지 혼자 걷는 것이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럴땐 뜨거운 국물로 배나 채우자 하고는 다시 지하상가로 들어가 아까 찍어 놓았던 식당으로 들어갔어요. 
주문을 받으러 온 아가씨의 손을 끌어 입구의 쇼윈도우로 가, 원하는 걸 손가락질해 주문을 했지요.

잠시 후에 조그만 쟁반채로 나온 나의 우동은 정말 국수가 목욕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이었어요.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 이건 물에다 국수를 말아 먹는 것같은 맛이었지요.

소금에 절인 하얀 배추를 진짜 코딱지 만큼 주는데, 한 젓가락을 뜨니 없어지더군요.
꾸역꾸역 쑤셔 넣듯이 먹고는 돈 천엔을 놓고 나오면서, 아유 ~~~ 아까워 ~~~ 

여관방으로 돌아오니, 요와 이불은 정갈하게 펼쳐져 있었고, 유카타도 이불위에 얌전히 펼쳐져 있었어요.
보온병에는 따끈따끈한 새 물이 채워져 있었고, 과자도 새걸로 채워져 있더군요.

샤워보다는 목욕이 하고 싶어서, 두리번 두리번 더듬더듬 아래층 목욕탕을 찾아 내려갔어요. 
한국의 대중목욕탕(본지가 몇십년인가)을 연상시키는 깨끗한 목욕탕은 텅 비어 있었어요.

혼자서 독차지하고,  물장구치고 ,바가지 엎어놓고 드럼도 치고, 놀다가 방에 올라와 따뜻한 티를 한잔 마시고 오늘을 마무리 하려고 자리에 누었어요.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교토의 시내 구경을 시켜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