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갈라져라, 헤어져라, 찢어져라!

doggya 2010. 5. 1. 17:39

 

 

갈라져라, 헤어져라,

                    찢어져라!

 

 

 

 결혼한 지 십여 년 된 부부가 있었습니다.

요즘 세태가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시간이 흐르자 이들 부부

도 역시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미덕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급기야 사사건

건 의견이 대립되고 충돌이 잦아져서 이혼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어

요. 하지만 이들은 천주교인이라 이혼은 교회법상 금지되어 있으므로 어

찌해야 좋을지 몰라 고심했지요. 그러다가 십 년 전 자신들에게 혼인성사

를 베풀어주신 신부님을 찾아가서 이혼성사를 청해 보리라 마음먹었어요.

왜냐하면 혼인성사가 있듯이 이혼성사도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부

부가 함께 혼인 주례 신부님을 찾아가서 "신부님, 우리의 이혼을 허락해

주세요." 하고 청했습니다.

 

 신부님은 "아니 이 사람들아! 행복하게 살다가 날 찾아온 것이 아니라

이혼 통고하러 왔단 말인가?" 하고 버럭 화를 내시면서 "그리고 가톡릭 신

자가 이혼이 말이나 되나?" 하고 나무라셨지요.

 그래도 두 사람은 서로 간의 골이 얼마나 깊었던지 "신부님, 혼인성사가

있으면 이혼성사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그 이혼성사를 우리에게

베풀어주십시오." 라고 계속해서 간청했습니다.

 

 "흠, 그러니까 둘이서는 이제 더 이상 살기 싫다는 것인가?"

 "네, 그래요."

 "자네들 그때 내게 혼배성사 청할 때 예물은 얼마나 냈지?"

 "미사 예물만 말이에요? 아니면 성당 예식비 모두 포함해서 말입니까?"
 "아, 그거야 당연히 다 합쳐야지."

 "그럼, 그때 팔십만 원 드렸어요. 성당에···."

 "팔십만원이라···? 그 동안 물가도 오르고 또 이혼성사라는게 워낙 특

수한 거라서 이번엔 한 팔백 정도 들겠는데?"

 

 이 말에도 그 부부는 "네, 좋아요. 신부님, 팔백만 원 낼 테니까 이혼시

켜주세요." 하고 기어이 이혼성사를 신청했습니다.

 

 그 다음주 금요일, 신부님은 저녁미사 후 한복을 차려입은 아내와 정장

을 한 남편을 제단 앞에 불러모으고 무릎을 꿇게 한 다음, 성수채로 남편

의 머리를 한 대 내리치며 "깨져라!" 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음엔 아

내의 머리를 내리치며 "쪼개져라!" 하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남편과 아내

의 머리를 번갈아 세게 내리치면서 "갈라져라, 헤어져라, 찢어져라!"

를 반복하던 신부님은 급기야 "뒈져라!" "죽어라!" "이 웬수야!" 같이 험

악한 말씀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거의 죽을 지경이 된 남편과 아내

가 성사를 베푸시는 신부님을 붙잡고 "아이고 신부님, 이러다 우리 죽겠습

니다." 하고 매달렸어요.

  그러자 신부님은 이렇게 태연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죽으라고 그런다. 너희들 중 명 짧은 놈 먼저 하나 죽을 때까지

두들겨팰 꺼다. 너희는 아직도 몰랐느냐? 둘 중 하나가 죽어야 혼인성사

가 풀린다는 걸···."

 

 

 누구를 미워하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미워하는 대상이 힘든 게 아니라

그 대상을 미워하는 나 자신이 죽을 맛이죠. 왜냐구요? 남을 미워하면 내 마

음에 평화가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그 대상이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

의 남편, 자신의 부인, 자신의 자녀, 자신의 부모일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

하겠지요. 분명 사랑했기에 가족을 이루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미움의 마음

을 가졌을 때가 가장 많았던 대상이 바로 자신과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는

것···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오늘의 지령

지금 내 옆에 있는 가족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불러봅시다. 그리고

소리내어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해봅시다.

 

 

출처 : 주는 것이 많아 아름다운 세상(조명연 · 정병덕 지음)

         (묵음이 되어야 하는 사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