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신 산행을 앞두고 몸 풀겸 금봉산에 갔다.
우회로로 오르며 엄마와 함께 왔던 때를 떠올리고 강아지와 함께 왔던 때 아들들과 왔던 때를 떠올렸다.
발자국을 내디딜때마다 그리움이 몽실몽실 피어난다.
다시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지만 아름다운 추억이니 슬퍼하지 않으련다.
요즘들어 생명이 아름답다는 걸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윤동주 시인은 '모든 살아 있는 것을 사랑해야지' 했는데, 난 늦어도 한참 늦게 그것을 깨닫고 있다.
이번엔 샘골약수터로 내려오면서 내편이 친구 부부가 하는 밀면 집에 갈 작정을 하였다.
그런데 깔닥고개에서 정상이 어디냐고 묻는 사람을 만났다.
보기에 마땅히 갈 곳 없어 산에 왔지만 동행이 없어 내려갈까 말까 재는 사람 같았다.
정상에 가냐길래 난 도중에 샘골약수터로 내려간다고 했건만 졸졸 따라 온다.
정상 가실거냐니 내가 정상을 가면 따라 가겠단다. 햐아~~
난 사실 계획 수정을 안하는 편이다.
한 번 정하면 그대로 밀고 나가는 스타일인데 느닷없이 나타난 산벗을 보고 흔들렸다.
도깨비바늘꽃
찔레나무 열매
팥? 녹두?
여뀌
물봉선화
개여귀
담쟁이덩굴
혼자서 자주 걷던 길
가을빛을 머금은 자연
일용할 양식
워낙 과일을 좋아하는지라 한 개는 눈깜짝할 사이에 꿀꺽~
금봉산에 잔 나무들을 정리해서 인지 허전하고 길도 더 넓어진 거 같다.
쉬는내내 새를 보다.
깃 손질이 끝나니 다른 새가 와서 함께 갔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소나무
산부추
서둘러 씨맺기를 하는가보다.
싱싱한 단풍
알록달록 초록에 섞인 단풍은 이뻤다.
이고들빼기
졸지에 간 정상이지만 좋았다.
'하긴 언제 산 싫어한 적 있었나????' ㅎㅎ
참취꽃
쑥부쟁이
김밥 먹고 고구마 먹고 커피 마시고...수다 떨고...
어둑어둑해져서야 내려왔다.
우리가 앉았던 벤치
노을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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