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그네님의 발자취

얼결에 금봉산 정상까지 가다.

doggya 2015. 10. 5. 19:47

빡신 산행을 앞두고 몸 풀겸 금봉산에 갔다.

우회로로 오르며 엄마와 함께 왔던 때를 떠올리고 강아지와 함께 왔던 때 아들들과 왔던 때를 떠올렸다.

발자국을 내디딜때마다 그리움이 몽실몽실 피어난다.

다시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지만 아름다운 추억이니 슬퍼하지 않으련다.

 

요즘들어 생명이 아름답다는 걸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윤동주 시인은 '모든 살아 있는 것을 사랑해야지' 했는데, 난 늦어도 한참 늦게 그것을 깨닫고 있다.

 

이번엔 샘골약수터로 내려오면서 내편이  친구 부부가 하는 밀면 집에 갈 작정을 하였다.

그런데 깔닥고개에서 정상이 어디냐고 묻는 사람을 만났다.

보기에 마땅히 갈 곳 없어 산에 왔지만 동행이 없어 내려갈까 말까 재는 사람 같았다.

정상에 가냐길래 난 도중에 샘골약수터로 내려간다고 했건만 졸졸 따라 온다.

정상 가실거냐니 내가 정상을 가면 따라 가겠단다. 햐아~~

난 사실 계획 수정을 안하는 편이다.

한 번 정하면 그대로 밀고 나가는 스타일인데 느닷없이 나타난 산벗을 보고 흔들렸다.

 

도깨비바늘꽃

찔레나무 열매

팥? 녹두?

여뀌

물봉선화

개여귀

담쟁이덩굴

혼자서 자주 걷던 길

가을빛을 머금은 자연

일용할 양식

워낙 과일을 좋아하는지라 한 개는 눈깜짝할 사이에 꿀꺽~

금봉산에 잔 나무들을 정리해서 인지 허전하고 길도 더 넓어진 거 같다.

쉬는내내 새를 보다.

깃 손질이 끝나니 다른 새가 와서 함께 갔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소나무

산부추

서둘러 씨맺기를 하는가보다.

싱싱한 단풍

알록달록 초록에 섞인 단풍은 이뻤다.

이고들빼기

졸지에 간 정상이지만 좋았다.

'하긴 언제 산 싫어한 적 있었나????' ㅎㅎ

참취꽃

쑥부쟁이

김밥 먹고 고구마 먹고 커피 마시고...수다 떨고...

어둑어둑해져서야 내려왔다.

우리가 앉았던 벤치

노을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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