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貧富) 빈부(貧富) / 김진학 바람은 강 어디쯤에서 일어나 가슴 한 가운데를 불고 있었다 언제 올지도 모를 기약 없는 언어들이 황량한 모래바람에 날리고 바다 건너온 반짝이는 외제승용차가 가난한 산동네를 짓밟고 지나면 장마진 가슴들이 견디다 못해 높다란 빌딩에서 뛰어 내리고 있었다 .. 사랑방/평화님의 선물 2012.12.13
별이 있는 창가에서 별이 있는 창가에서 / 김진학 창가에 않아 별을 세다 지치면 눈을 감는 사람이 어디 나 뿐이랴 낙엽 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름다운 꽃잎엔 별들이 쉬네 살다가 가는 날은 별이나 되어 밤하늘 반짝이는 별이나 되어 함께 모여 속삭이는 별이나 되어 반짝이다 지치면 창가에 쉬지 사랑하.. 사랑방/평화님의 선물 2012.11.13
가을바다 / 김진학 가을바다 / 김진학 둘둘 감기는 파도 어느새 밀려 오고 옛날 아주 먼 옛날 그리운 이 눈물 고여 바다가 됐나 달 쪽박 입에 문 기러기 눈물 고여 바다가 됐나 달무리 진 바다엔 그리움만 혼자 파도를 탄다 2000년 가을 경포대에서 쓰다 사랑방/평화님의 선물 2012.09.17
쑥국 쑥국 / 김진학 쑥국에선 흙을 밟고 평생을 살아오신 어머니 돌리시던 재봉틀 소리가 난다 오래 잊었던 시냇물 소리가 난다 그 시냇가에 빨래를 하시던 젊고 예쁘시던 내 어머니 동동구리무 냄새가 난다 사랑방/평화님의 선물 2012.09.09
바람 처럼 오는 님 바람 처럼 오는 님 / 김 진 학 바람 처럼 오는 님은 바람 끝에 서있다 혼자 왔다 가는 님 님이 없어 혼자 였고 님이 있어 혼자 였지 예기치도 않은 날 바람 따라 오는 님 가슴 설레 좋은 님 계시는가 했는데 바람 처럼 떠나서 울적해서 좋은 님 공허한 가슴에 한바탕 장마 비 내리고 나면 맑.. 사랑방/평화님의 선물 2012.08.10
내 인생의 오후는 내 인생의 오후는 / 김진학 내 인생의 오후는 맑은 가을날 산 위에 지는 노을처럼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이면 좋겠다 낙엽이 지는 오솔길을 함께 걸어 행복한 서로 부족하기에 더 사랑하는 내 작은 가슴으로 따뜻하게 감싸 줄 그리운 사람과 함께이면 좋겠다 내 인생의 오후는 온갖 유혹으.. 사랑방/평화님의 선물 2012.08.08
지지 않는 별 지지 않는 별 / 김진학 사랑은 죽어지면 꽃이 되나 그리움은 죽어지면 별이 되나 사랑하나 없는 도시의 하늘에도 별은 있나니 가슴저린 행복한 아픔 있어 그대 간 길 내가 서 있나니 새벽이 오는 하늘에도 지지 않는 그리운 별 살아있는 새벽엔 아픔 지우고 해지는 저녁엔 사랑 지우는 일 .. 사랑방/평화님의 선물 2012.07.13
더운 가을저녁 무렵의 회상 더운 가을저녁 무렵의 회상 여름이 서쪽하늘에 달려 있다 비가 내리고 느티나무엔 아직 화려한 날들이 가지마다 대롱거린다 소중한 유전자(遺傳子)를 뼈 속 깊이 감춘 채 한 겹씩 벗겨내는 무수한 잎들 사이 어린 싹들의 깔깔대는 웃음이 성큼성큼 다가서는 겨울뒤편에서 들린다 문득 한.. 사랑방/평화님의 선물 2012.07.09
포구에서 조국(祖國)을 보다 포구에서 조국(祖國)을 보다 / 김진학 젖은 노을이 있는 갯둑에 앉아 내 아버지 내 할아버지가 그랬듯 나도 자리하나 깔고 머리만 남은 광어란 놈이 입을 꿈뻑거리는 모습을 보며 소주잔을 든다 광어는 바다가 조국(祖國)이고 바다는 조국이 없다 *여자는 조국이 없다는 어느 *철학교수의 .. 사랑방/평화님의 선물 2012.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