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이 총총하다 갈 길이 총총하다 남을 도울 수 있는 큰 기회가 우리 앞에 오기란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남을 도울 수 있는 작은 기회들은 날마다 우리를 찾아온다 - 샐리 코흐 작년 어느 봄날이었다. 조치원에 볼일이 있어 네댓새 묵다가 돌 아오는 길이었다. 천안역에 이르렀을 때 나이에 비해 건강해 보이 는 일.. 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2010.08.06
내 그림자는 어디로 가나 내 그림자는 어디로 가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그가 숨을 거두려 하고 있었다. 그가 안간힘을 다해 눈을 가늘게 떠서 벽에 붙어 있는 그의 그림자를 찾았다. 그는 그의 그림자에게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내가 늘 가서 살려고 했으면서도 가지 못했던 곳을 너는 알고 있지? 너만이라도 가다오." 그.. 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2010.07.31
어느 날 갑자기 어느 날 갑자기 남들처럼 열심히 '마련하기 위하여' 살아가는 이 씨. 전세방을 얻기 위하여, 자동차를 사고자, 마침내 집을 장만하고자, 앞선 친구의 뒤퉁수만 바라보고 달려온 우리 가운데의 한 사람.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두통이 일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한 고통이었다. 약을 지어 먹어 보았으.. 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2010.07.30
가뭄과 태산붕알 가뭄과 태산붕알 "연균아, 너 불알 좀 보자!" 가뭄에 애타게 비를 기다리며 마을 앞 당산나무 밑 정자에 앉아 서 하늘을 원망하시던 어른들이 어린 나를 보면 으레 하시던 말씀 이다. 나는 유년 시절 별명이 '태산붕알'이었다. 그 이유는 그것이 비 가 올 무렵이면 부풀어 쇠불알처럼 커지곤 했기 때문이.. 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2010.07.29
언 밥상 따끈한 마음 언 밥상 따끈한 마음 나는 마지막으로 앞쪽 출입문에다 자물통을 물리고 교실을 나왔 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우리 반 영옥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줄 몰랐다. 나중에 내가 퇴근을 하며 무심결에 학교 쪽을 돌아보 는데 영옥이가 저기 있었다. 왜 아직 집엘 안 갔느냐고 물었지만 영옥인 대답하지 .. 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2010.07.29
몸을 튼튼히 해서 죽지 않으면 된다 몸을 튼튼히 해서 죽지 않으면 된다 중학교 1학년 때 전학을 갔는데 그 학교에 도서실이 있 었다. 마음 둘 곳 없어서 괴로웠던 그 시기의 대부분을 나 는 도서실의 어두운 마루 위에서 보냈다. 봄날의 어지럼증 과 여름날의 무기력증이 빈혈 때문에 생긴 생리현상일 뿐 이라는 걸 나중엔 인정하게 되었.. 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2010.07.28
대들보 잘라 서까래 만들려나 대들보 잘라 서까래 만들려나 멋모르고 들어가 내가 다닌 국문과에는 별칭이 있었 다. 그것은 바로 '굶는 과' . 문학 공부를 하면 밥을 굶는다 고 해서 생긴 웃지 못할 자조적 별명이었다. 작가가 되겠노라고 뜻을 세운 건 대학 2학년 무렵이었 다. 소설가가 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 평생 행복 .. 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2010.07.27
바가지 도시락 바가지 도시락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으니까 벌써 40여 년이 지난 일이다. 입학한 지 얼마 안되는 저학년 학생들은 마을의 공회당을 빌려 교실로 이용하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흙바닥에 가마니를 깔고 공부를 해야만 했다. 점심은 주로 찐 고구마나 누룽지를 가져와 뒷동산에서 먹 곤 했다. .. 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2010.07.26
괜찮아 괜찮아 초등학교 때 우리 집은 제기동에 있는 작은 한옥이었 다. 골목 안에는 고만고만한 한옥 네 채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한 집에 아이가 네댓은 되었으므로 그 골목길만 초등학교 아이들이 줄잡아 열 명이넘었다. 학교가 파할 때쯤 되면 골목 안은 시끌벅적 아이들의 놀이 터가 되었.. 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2010.07.24
아부지, 뭐 하십니꺼 아부지, 뭐 하십니꺼 삼수라는 대입의 마지노선마저 뚫린 내겐 입영 영장만 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냥 귀엽다고 거친 수염으로 내 얼 굴을 비비시던 아버지의 얼굴은 어릴 때의 추억일 뿐이었 고 부자 간의 말 없는 냉전은 6년째로 접어들고 있었다. 기대했던 아들에 대한 실망, 아버지에 대한 이유 없.. 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2010.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