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삶이란 / 조세핀 김 아무도 왜 사느냐고 묻는 사람은 없지만 자꾸 자신에게 묻는 이유는 삶이 지루해서 인가 보다 한번도 석연한 대답을 들은 적은 없지만 수시로 묻는 이유는 삶의 의미를 몰라서 인가 보다 삼신할매가 엉덩이 때리며 세상 밖으로 내보낼 때 해 준 말이 무엇이었을까? 괴..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1.16
안개비 속의 샌프란시스코 안개비 속의 샌프란시스코 / 조세핀 김 손 닿을 수 없이 멀리 뿌연 안개비속에 묻혀있던 건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들어내면 둥실둥실 흔들리는 풍선처럼 보이던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도 눈부시게 다가왔다 무심히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수줍은 새색시 마냥 안개 속에 숨은 금문교는 좀처럼 모습을 드..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1.14
두 갈래 탯줄 두 갈래 탯줄 / 조세핀 김 어미와 자식을 이어 생명을 전해주던 탯줄 새끼는 그 줄 놓지 않겠다고 세상 나오며 큰소리로 울어 제켰지만 지금은 어미가 놓지 못하고 소리 없는 울음을 온몸으로 울고 있다 평생을 깍지 속에 땅콩처럼 둘이만 살아온 모녀 이제 먼 길 떠나야 할 모정은 혼자 놓고 떠나야하..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1.10
오렌지 밭의 슬픈 노래 오렌지 밭의 슬픈 노래 / 조세핀 김 한때 노란 태양을 먹고 태양을 닮은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린 오렌지 밭을 가슴에 품은 나는 아주 행복했었답니다 가랑비에 몸을 적시고 햇살의 애무를 받고 밤 벌레의 노래를 들으며 별님하고 사랑을 속삭였으니까요 그 밭은 지금 자취도 없고 오렌지 따던 인부의 ..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1.06
첫 사랑 첫 사랑 / 조세핀 김 열 살에 맺은 우정 열 다섯에 사랑으로 변하고 열 여덟에 이별을 고했지 하얀 교복 속에서 가지런한 예쁜 이 드러내며 환하게 웃던 너는 잡을 수 없는 안개 속의 백합 같았어 너무도 어렸기에 순수한 사랑 밖에는 줄 것이 없었던 그 시절 후회는 없다 무덤까지 가져 갈 아름다운 추..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1.04
어떤 해후 어떤 해후 / 조세핀 김 지금은 아무 생각도 나질 않습니다 그 옛날 우리가 손이라도 잡았었는지 그냥 얼굴만 보고도 좋아서 마냥 웃었었는지 잊고 살아 온 그 기나 긴 시간을 비집고 찾아온 당신 죽을 것 같은 경련이 심장에서 일어납니다 다시 또 옛날처럼 날개저어 훌쩍 사라져 버릴까봐 급한 마음에..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8.12.31
노루의 죽음 노루의 죽음 / 조세핀 김 어둑어둑해 지는 산 길에서 쌩하고 바람 가르며 지나가는 SUV 공연히 심술 나 꽁무니에 대고 눈 흘겨 본다 조금 가다 보니 신나게 달리던 그 얄미로운 차 길 옆에 비상등 켜고 세워져 있어 왠일인가 창문 열고 목 빼어 내다보니 바퀴 밑에 누운 노루 한마리 바르르 떨며 끊어지..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8.12.29
섹스심벌 섹스심벌 / 조세핀 김 여자의 머리는 섹스심벌이라고 심리학자는 말하더라 머리카락으로 중금속을 배출한다고 과학자들은 그러더라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 버리면 마음에 변화가 온다고 경험한 사람들이 그러더라 가위가 신명난 무당처럼 거울 속에서 춤춘다 자식을 떼어놓는 비정한 엄마처럼 감정 ..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8.12.23
낙엽이 된 남자 낙엽이 된 남자 / 조세핀 김 환갑을 한 해 앞 둔 어느 남자의 열 두살 어린 아내가 말했다 그 남자는 이제 낙엽이 되어 버렸다고 가을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는 나뭇잎이 아니라 늦은 가을비에 푸욱 젖은 낙엽이라고 이젠 바람이 불어와도 무거워 웅신도 못하는 땅 바닥에 딩구는 처량한 낙엽이라고 예..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8.12.11
시인 박인환 시인 박인환 / 조세핀 김 차마 눈 감지 못하고 이른 봄 차가운 방에 홀로 누워 있었다는 당신의 마지막이 왜 이리도 나의 마음을 아리게 하는지요 당신의 시혼은 아직도 살아 움직이고. 빗줄기처럼 가슴을 적시는 당신의 싯귀들은 새내기 시인의 여린 가슴을 뭉클하게 만듭니다 그럴때 마다 나는 유달..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8.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