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디에 봄은 어디에 / 조세핀 김 봄날의 햇살은 호랑나비 날개처럼 화려한 옷 차려입고 어미 새를 바라보는 새끼처럼 입 벌린 꽃봉오리에 따스한 입김 불어 넣어주고 봄바람은 아지랑이 치맛자락 펄럭이며 넉살 좋은 옆집 아줌마처럼 여기저기 오만 참견 다 하고 다니는데 꽁꽁 얼은 내 혈관 녹여줄 내 봄은 ..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4.03
별똥별 별똥별 / 조세핀 김 어둠 속에 홀로 있는 공원벤치 저 만치 찰랑찰랑 흔들리는 연못의 물도 깊숙히 연못 바닥에 갈아앉은 별들도 흔들리는 물결에 쪼개진 달조차도 스쳐 지나는 바람과 밀어를 속삭이지만 나는 바람의 언어를 잊은 지 오래다 구름에 걸친 달빛 아래 나뭇잎을 애무하는 초가을 바람도 ..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3.29
활화산 활화산 / 조세핀 김 하늘 아래 다소곳이 눕지 못하고 마음따라 높이 오르고 올라도 하늘 끝까지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 불기둥으로 뿜어내며 울퉁불퉁 바위와 흙모래로 무장한 채 고고한 자태로 서 있는 너 아무리 힘있게 뿜어내도 하늘 끝에 닿지 못하니 그 열정은 사그라져 검은 연기되어 하늘로 오..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3.20
계절의 소리 계절의 소리 / 조세핀 김 눈 녹는 소리로 봄은 시작되고 꽃망울 터뜨리는 소리로 봄이 왔음을 알리며 처마밑 낙숫물소리로 여름이 시작되고 아스팔트 녹는 소리로 여름이 한창임을 알린다 애절하게 이어지는 매미소리로 가을이 시작되고 바삭바삭 낙엽 밟는 소리로 가을이 깊어감을 알리며 스산하게 ..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2.15
내 모습 내 모습 참을 수 없이 숨이 차고 눈으로 흘러드는 땀 방울이 따갑다 심장은 아직도 뛰고 있는지 아니면 벌써 멎어 버린건지 감각조차도 없다. 눈을 뜨자 캄캄하던 망막에 다가오는 건 뛰는 걸음마다 털렁이는 땀으로 범벅이 된 시뻘건 나의 얼굴 트레드밀 앞에 걸린 커다란 거울에 비친 ..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2.12
너를 위한 장미 너를 위한 장미 / 조세핀 김 매년 이맘 때면 너를 위해 준비하는 빨간 장미 다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려 너를 보는 듯 항상 마음이 아프더니 올 해는 이상하리 만치 겹겹의 꽃 잎을 모두 피워 그 사이로 들어난 노오란 꽃 술이 활짝 웃는 네 얼굴인 듯 보기 좋구나 차가운 너의 손가락에 빨간 실 묶어 ..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2.09
잃어버린 고향 잃어버린 고향 먼나 먼 겨울 나들이에서 돌아 온 봄 바람 골목길 모퉁이 돌아 그리운 님의 손길 처럼 옷 깃 깊숙히 파고 들 때면 나물 뜯어 꽃 바구니에 담던 그 언덕에 가고 싶다. 파란 물감 쏟아 놓은 엄마 젖 가슴같은 언덕에 오르면 싱그런 바람 내음 기나 긴 겨울 동안 주렸던 내 마음..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2.06
울 아버지 집 울 아버지 집 / 조세핀 김 저수지 마즌켠 언덕 위 시집 읽던 그 자리에 작은 집 지은 울 아버지 하늘 찌르는 소나무 사이로 드는 햇살이 겨우내 덮혔던 눈 얼마나 걷어 놓았을까 눈 녹고 나면 깍아줄 떼도 자라지 않는 그 언덕에 하얀 눈 그대로 남아 울 아버지 포근히 감싸주면 좋겠네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1.31
악연으로 만난 너와 나 악연으로 만난 너와 나 / 조세핀 김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린 다음 날 굴뚝 위에 앉아 졸던 다람쥐 한 마리 가스를 먹었는지 실족을 했는지 그만 벽난로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니 …… 여기가 어디야 아니 …… 넌 누구야 서로의 시선을 맞추고 한참 신경전을 벌였다 어떻게 봐도 분명히 너는 불청객 고만 ..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1.29
반 만 반 만 / 조세핀 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주위를 뻬곡히 채우고 있는 소리들 소리들...... 아름다운 소리 듣기 싫은 소음 나는 차별없이 공평하게 반 만 듣는다 손으로 잡을 수도 돋보기로도 볼 수 없는 생물체가 불청객으로 찾아 와 무작정 길을 막고 속삭였다 이제부터는 조금만 듣고 들은 만큼만 믿으..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