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 첫 사랑 / 조세핀 김 열 살에 맺은 우정 열 다섯에 사랑으로 변하고 열 여덟에 이별을 고했지 하얀 교복 속에서 가지런한 예쁜 이 드러내며 환하게 웃던 너는 잡을 수 없는 안개 속의 백합 같았어 너무도 어렸기에 순수한 사랑 밖에는 줄 것이 없었던 그 시절 후회는 없다 무덤까지 가져 갈 아름다운 추..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1.04
내 안의 그대 내 안의 그대 / 조이랑 그대를 사랑하면서 몸무게가 늘었다는 걸 알았어요 내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그대 심장의 무게 때문이지요 어떤 땐 뜨겁기도 하고 어떤 땐 싸늘하게 식기도 하며 때론 무겁기도 하고 때론 무게를 느낄 수 없을 때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항상 나와 함께 있다는 거.. 조이의 글들/수채화로 그린 그리움 2009.01.01
어떤 해후 어떤 해후 / 조세핀 김 지금은 아무 생각도 나질 않습니다 그 옛날 우리가 손이라도 잡았었는지 그냥 얼굴만 보고도 좋아서 마냥 웃었었는지 잊고 살아 온 그 기나 긴 시간을 비집고 찾아온 당신 죽을 것 같은 경련이 심장에서 일어납니다 다시 또 옛날처럼 날개저어 훌쩍 사라져 버릴까봐 급한 마음에..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8.12.31
그 날을 위하여 그 날을 위하여 / 조이랑 길을 가면서 스치는 어깨들 차 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수 많은 얼굴들 그 안에 당신은 왜 없을까 생각합니다 피하려도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길에서 마주친 사람이 바로 그대이기를 바래 보기도 한답니다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비록 우리 아직은 볼 수 없.. 조이의 글들/수채화로 그린 그리움 2008.12.30
노루의 죽음 노루의 죽음 / 조세핀 김 어둑어둑해 지는 산 길에서 쌩하고 바람 가르며 지나가는 SUV 공연히 심술 나 꽁무니에 대고 눈 흘겨 본다 조금 가다 보니 신나게 달리던 그 얄미로운 차 길 옆에 비상등 켜고 세워져 있어 왠일인가 창문 열고 목 빼어 내다보니 바퀴 밑에 누운 노루 한마리 바르르 떨며 끊어지..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8.12.29
어긋난 길 어긋난 길 / 조이랑 어제는 참 바빴네요 지구를 한 바퀴 돌았거든요 그대를 볼 수 있을까 해와 달을 따라서 그대가 있는 곳 쯤 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곳에도 그대는 안 보이더군요 내가 한 눈을 팔다 놓쳐 버렸나 기다리다 지쳐 딴 곳으로 가 버렸나 아마도 그리움에 날 찾아 나섰던 그.. 조이의 글들/수채화로 그린 그리움 2008.12.25
섹스심벌 섹스심벌 / 조세핀 김 여자의 머리는 섹스심벌이라고 심리학자는 말하더라 머리카락으로 중금속을 배출한다고 과학자들은 그러더라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 버리면 마음에 변화가 온다고 경험한 사람들이 그러더라 가위가 신명난 무당처럼 거울 속에서 춤춘다 자식을 떼어놓는 비정한 엄마처럼 감정 ..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8.12.23
그대라는 존재 그대라는 존재 / 조이랑 터널같은 삶의 어둠 속에서 별 보다도 달 보다도 더 밝게 빛나며 어둠을 밝혀 주는 건 항상 내 곁에 머무는 그대의 사랑이에요 혼자 걸어야 하는 외로운 삶에서 뙤약볕 아래 커다란 나무처럼 그늘 만들고 바람에 나뭇잎 흔들어 지친 나를 보살펴 주는 건 그대의 그.. 조이의 글들/수채화로 그린 그리움 2008.12.15
만약에 만약에 / 조이랑 만약에 다시는 그대를 볼 수 없다면 나는 더 이상 눈이 필요 없을지 몰라요 만약에 그대의 음성을 다시는 들을 수 없다면 나에겐 귀 마저도 필요 없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만약에 다시는 그대의 사랑을 느낄 수 없게 된다면 정말로 정말로 나에게 심장은 전혀 필요가 없을.. 조이의 글들/수채화로 그린 그리움 2008.12.12
낙엽이 된 남자 낙엽이 된 남자 / 조세핀 김 환갑을 한 해 앞 둔 어느 남자의 열 두살 어린 아내가 말했다 그 남자는 이제 낙엽이 되어 버렸다고 가을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는 나뭇잎이 아니라 늦은 가을비에 푸욱 젖은 낙엽이라고 이젠 바람이 불어와도 무거워 웅신도 못하는 땅 바닥에 딩구는 처량한 낙엽이라고 예..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8.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