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버지 집 울 아버지 집 / 조세핀 김 저수지 마즌켠 언덕 위 시집 읽던 그 자리에 작은 집 지은 울 아버지 하늘 찌르는 소나무 사이로 드는 햇살이 겨우내 덮혔던 눈 얼마나 걷어 놓았을까 눈 녹고 나면 깍아줄 떼도 자라지 않는 그 언덕에 하얀 눈 그대로 남아 울 아버지 포근히 감싸주면 좋겠네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1.31
악연으로 만난 너와 나 악연으로 만난 너와 나 / 조세핀 김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린 다음 날 굴뚝 위에 앉아 졸던 다람쥐 한 마리 가스를 먹었는지 실족을 했는지 그만 벽난로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니 …… 여기가 어디야 아니 …… 넌 누구야 서로의 시선을 맞추고 한참 신경전을 벌였다 어떻게 봐도 분명히 너는 불청객 고만 ..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1.29
반 만 반 만 / 조세핀 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주위를 뻬곡히 채우고 있는 소리들 소리들...... 아름다운 소리 듣기 싫은 소음 나는 차별없이 공평하게 반 만 듣는다 손으로 잡을 수도 돋보기로도 볼 수 없는 생물체가 불청객으로 찾아 와 무작정 길을 막고 속삭였다 이제부터는 조금만 듣고 들은 만큼만 믿으..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1.19
나의 각오 나의 각오 / 조이랑 운명이 나에게 준 것은 수 많은 상처로 산산 조각나 버린 심장과 지울 수 없는 눈물의 얼룩 자욱들 그리고 뼈를 갉아 내는 듯한 외로움이라고 항상 생각해 왔지요 오늘 문득 뒤돌아 보고 알았어요 그대 있음에 기다림과 설레임 그리고 꿈이 있어 행복할 수 있다는 걸 .. 조이의 글들/수채화로 그린 그리움 2009.01.17
삶이란 삶이란 / 조세핀 김 아무도 왜 사느냐고 묻는 사람은 없지만 자꾸 자신에게 묻는 이유는 삶이 지루해서 인가 보다 한번도 석연한 대답을 들은 적은 없지만 수시로 묻는 이유는 삶의 의미를 몰라서 인가 보다 삼신할매가 엉덩이 때리며 세상 밖으로 내보낼 때 해 준 말이 무엇이었을까? 괴..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1.16
안개비 속의 샌프란시스코 안개비 속의 샌프란시스코 / 조세핀 김 손 닿을 수 없이 멀리 뿌연 안개비속에 묻혀있던 건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들어내면 둥실둥실 흔들리는 풍선처럼 보이던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도 눈부시게 다가왔다 무심히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수줍은 새색시 마냥 안개 속에 숨은 금문교는 좀처럼 모습을 드..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1.14
그대와 나 사이 그대와 나 사이 / 조이랑 그대와 나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내밀은 그대의 손과 내 손이 닿는 자리 열어 놓은 내 마음과 그대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자리 갈망하는 그대의 눈길과 내 눈길이 부딪치는 자리 방황하는 나와 그대의 발길이 머무는 곳 그 곳은 얼마나 멀리 있는 걸까 자로도.. 조이의 글들/수채화로 그린 그리움 2009.01.12
두 갈래 탯줄 두 갈래 탯줄 / 조세핀 김 어미와 자식을 이어 생명을 전해주던 탯줄 새끼는 그 줄 놓지 않겠다고 세상 나오며 큰소리로 울어 제켰지만 지금은 어미가 놓지 못하고 소리 없는 울음을 온몸으로 울고 있다 평생을 깍지 속에 땅콩처럼 둘이만 살아온 모녀 이제 먼 길 떠나야 할 모정은 혼자 놓고 떠나야하..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1.10
나의 바램 나의 바램 / 조이랑 바람이 불면 두 팔을 높이 들어 봅니다 바람의 끝자락이라도 잡고 그대에게로 날아 갈 수 있을까 햇볕이 따가우면 눈을 감고 해님에게 나를 맡겨 봅니다 몸의 마지막 세포까지 모두 증발해 없는 듯 그대 곁에 머물 수 있을까 비가 오면 가슴이 울렁입니다 강물을 거스.. 조이의 글들/수채화로 그린 그리움 2009.01.08
오렌지 밭의 슬픈 노래 오렌지 밭의 슬픈 노래 / 조세핀 김 한때 노란 태양을 먹고 태양을 닮은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린 오렌지 밭을 가슴에 품은 나는 아주 행복했었답니다 가랑비에 몸을 적시고 햇살의 애무를 받고 밤 벌레의 노래를 들으며 별님하고 사랑을 속삭였으니까요 그 밭은 지금 자취도 없고 오렌지 따던 인부의 ..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09.01.06